진저캣의 일기
고3 수험생인 오드리는 지금 수능 시험지를 풀고 있다. 아침에 운전을 해서 시험장까지 바래다주었는데 뒷좌석에서 내리는 아이에게 "시험 잘 봐~"라는 말만 하고 한 번 안아주지 못한 게 내내 마음에 걸린다.
얼마 전 아들과 대화를 하다가 장한 어머니상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장한 어머니상이 뭐예요?"
"아이를 훌륭하게 잘 키웠다고 주는 상이야. 지난번에 보니깐 가수 박진영 어머니도 받았던데?"
"아니, 내가 잘한 건데 왜 어머니가 받아요?"
"..... 아니 뭐... 뒷바라지 잘했다고, 수고했다며 주는 건가 보지."
"상은 노력한 그 사람에게 줘야죠."
그냥 아무 말 안 했다.
"세상에 너 혼자 잘나서 되는 일이 어딨니?"라고 속으로 생각만 했다. 아직은 스무 살. 자신감이 넘치고 세상의 중심이 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나이이다.
너도 부모가 돼보면 자식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 얼마나 희생해야 하는지 알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세상엔 경험해야 깨닫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드디어 수능이다.
큰 아이가 고3 시작할 때 이혼 통보를 받았지만 악 소리 한번 못 낸 채 고통스러운 일 년을 보냈다. 뒤이어 연년생인 둘째 아이의 고3이 시작되었고, 큰 아이의 반수도 시작되면서 버티기는 계속 이어졌다. 엄마라는 자리는, 특히 가장이 된 엄마는 무너지면 안 됐다. 몸이 아파서도 안 되고, 울어서도 안 됐다.
우리의 내면에 눈물이 고이는 우물이 있다면 나의 우물은 어느 정도 깊이일까. 오늘 아침엔 수능과 함께 이제야 어느 정도 매듭이 지어졌다는 생각이 들어 오전 내내 울었다.
애썼다. 잘 버텼다. 수고했다. 장하다. 이따가 아이에게 건네는 말이 되겠지만 우선 나에게 중얼거리며 숨을 몰아쉬어 본다. 친구들이 가까이 산다면 나 좀 안아달라고 했을 거다. 포옹은 언어보다 강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