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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예 Nov 23. 2022

의자 사진을 찍는 그녀는...

진저캣의 일기

내가 아는 어느 선생님은 강의를 다니고 글을 쓰며 바쁘게 사신다. 그 선생님은 종종 길거리에 덩그러니 놓인 의자 사진을 인스타 피드로 올리시는데 나는 그 의자를 볼 때마다 앉아서 쉬고 싶은 선생님의 마음을 보는 것 같다.

선생님은 운전을 못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전국으로 강의를 다니신다. 동화 작가이자 강사, 세 아이의 털털한 엄마, 다정한 남편의 귀여운 아내 그리고, 일요일이면 목회자의 예쁜 사모이기도 하니 선생님의 삶은 옆에서 보기에도 꽉 차있다. 분주한 삶이 선생님을 그렇게 정신없는 사람으로 만든 건지, 원래 덜렁대는 성격인지는 모르겠으나 계획형인 내가 보기에 선생님은 잔잔한 휴식이 좀 필요해 보인다. 그래서 의자에 꽂힌 선생님의 시선에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이곳저곳에 놓인 선생님의 의자 사진을 보면 ‘세상엔 의자가 참 많구나 !’하고 놀라게 된다. 다양한 곳에, 다양한 방식으로 놓인 의자들처럼 사람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일상에서 쉼표를 가지고 사는 것 같다.

다들 무얼 하며 쉴까? 술과 담배, 핸드폰처럼 쉽게 뇌를 정지시키는 것 말고, 고요한 호수처럼 마음이 요동치지 않는 평화로움을 어떻게 찾을까?

나는 운동할 때가 쉬는 시간이다. 집안일도 일이고, 책방에 나오는 것도 일이고 자녀 교육도 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도 일이다. 저녁에 영화나 드라마 정주행을 할 때도 있지만 집은 내가 쉬는 곳이라기보다는 관리해야 하는 곳이다. 그래서 집 밖을 나가야만 쉼이 이루어진다.

십 년 정도 설렁설렁 재즈 댄스를 했을 땐 내 안의 불꽃이 팡팡 터지는 것처럼 즐거웠다. 어떤 의무로부터 해방되는 자유로움이 손 끝, 발 끝까지 전율을 일으켰다. 그런데 점점 체력이 떨어지고, 발목을 접질려서 인대 파열이 온 후, 댄스는 머나먼 이야기가 되었다.

요즘엔 건강을 위해 억지로 헬스장에 간다.

헬스장에 주차를 할 때까지 너무너무 너무 가기 싫다를 말하지만 막상 옷을 갈아입고 스트레칭을 하면 ‘역시 오길 잘했어. ’하고 생각하게 된다. 내가 이렇게 단순한 사람이었나.

여름에 즐겼던 산책은 저녁의 기온이 떨어지면서 하지 않게 되었다. 가을은 산책마저 쓸쓸하게 하고, 피로로 웅크린 몸은 딱딱하게 굳어서 부드러운 바닥을 찾아 눕게 한다.


문득문득 재즈 댄스를 하며 음악에 몸을 맡기던 옛날이 그리울 때가 있다. 춤을 출 때면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어쩌면 자유로움과 열정을 불태우던 희열이 그리운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여전히 운동은 온전히 나만 생각하며 무념무상할 수 있는 시간이다. 집 밖에서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는 것처럼 의무와 책임과 복잡한 생각으로부터 놓여나는 온전한 쉼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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