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는 진저캣
요즘 인터넷 강의로 미술상담 심리를 공부하고 있다. 나는 겨울이면 시작되는 우울증을 이기기 위해 늘 몰두할 거리를 찾아 매달리는데 이번에는 미술상담 심리 자격증 도전이다. 강의를 들으며 자신의 무의식 세계가 그린 그림을 해석할 수 있어서 나도 HTP와 LMT를 그려 보았다.
내 무의식이 그린 그림을 해석해 보니 나는 해결해야 할 삶의 과제가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의존할 누군가를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혼자라는 사실에 좀 슬펐다. 내 그림 속 무의식에는 역시나 약간의 우울이 들어 있다.
내 그림들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해석은 위축된 자아, 사랑받을 수 있고, 의존할 수 있는 존재를 향한 목마름이다. 그래, 그런 존재의 부재 속에서 어떻게 내적 에너지가 클 수 있겠는가. 위축되어 있는 게 당연하겠지. 이렇게 살아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지.
집을 그린 그림에서는 가족에 대한 생각이 지나치게 많고 밀착되어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내가 스스로 가장이라는 책임감의 무게를 더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오늘도 아침 일찍 등교하는 오드리를 정류장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러면서 찬공기로 깨어난 정신 상태에서 어젯밤에 듣다 만 강의를 마저 들었는데 기분이 급다운 되었다.
나는 우울감을 이겨내려고 겨울 공부를 하는데 그림 속 내 무의식이 보여주는 고독을 마주하니 다시 우울해진 거다. 애써 덤덤히 지나치려고 했던 현실을 곱씹는 일은 자존심 상하고 서럽고 마음이 힘든 일이다.
시작한 공부는 마쳐야 하는데 아침부터 눈물이 났다. 지쳐서 잠깐 잠들었는데 꿈에서도 얼마나 울었는지 흐느끼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미술상담 심리는 여름에 공부할 걸 그랬나.
다행히 잠시 후 출근을 해야 하고 오늘은 저녁 늦게까지 바쁠 예정이다. 그리고 처리해야 할 일도 많다. 바빠서 용케 살아가는 건지, 살기 위해 이리도 바쁘게 도전하고 달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암튼 나를 소진시키는 우울 속에서 오늘도 잘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