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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예 Oct 02. 2021

인스타그램 속 여행사진

진저캣의 일기

오드리가 저녁노을이 예쁘다며 사진을 보내줬다. 내 작업실에서는 붉게 번지는 노을의 옆구리 정도만 볼 수 있다. 그런데 딸이 보내준 사진 속에는 노을의 화려한 뒷모습이 담겨 있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현재를 버텨내는 우리의 일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움과 오드리의 예쁜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인스타에 올려진 이웃들의 여행 사진을 보면서 괜히 심통이 났었다. 아이들과 나는 주로 집 밥을 먹고 가끔 식당을 이용할 때에도 텀블러와 다회용기를 들고 다니고, 친구들과의 만남도 미루고 있는데 누구는 아랑곳없이 근사한 휴가를 즐기는 것 같아 억울하기까지 했다.

물론 내 주변에는 사는 게 바빠 일회용품엔 좀 둔감해도 나와 같이 개인 방역에 민감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인스타를 닫아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런 시국에도 여행을 자랑하는 건 표현의 자유지만 솔직히 보는 내 맘은 그리 편하지가 않다.

하지만 심통을 부리자면 끝이 없을 거다. 놀러 간 그들은 그곳에서 조심조심 시간을 보낼 거라고 믿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이기심을 접고 신중히 행동할 거라고, 적어도 내가 아는 사람들은 그럴 거라고 믿는다.    


여행을 가든, 못가든, 소중한 이들이 건강하게 있지 않은가. 그것만큼 중요하고 값진 게 또 있을까.

그래, 지금은 가족과 친구와 이웃의 무사함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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