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창밖 넘어 살펴본 햇살 가득한 밝은 하늘 표정에 안도하다가, 금세 겨울을 실은 회색 구름이 파란 하늘을 가리고 태양을 숨겨 버렸다.
내가 추위에 약한 탓 인지.. 왠지 약간은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올해 유난히 길었던 늦더위에 가을 날씨다운 '선선함'보다 '포근하다'라는 느낌이 어울렸던 날들이었다.
미처 떠날 채비도 못한 가을을 한꺼번에 보내 버릴 듯이, 어느 하루 갑작스러운 거친 비바람에 떨어진 알록달록한 젖은 잎새들로 거리를 채우더니 이어서 급기야 하룻밤 새 소복소복 두텁게 쌓인 첫눈으로 세상이 온통 새하얗게 성대한 겨울왕국이 되었다. 마치 시간 차 여행을 온 것 같이 신비했던 아침 풍경.
그 어느 해 보다 늦가을과 겨울의 환승이 요란스러웠던 11월의 마지막 날 밤이
고요히 깊어져 간다.
곁들이는 말 ;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위풍당당한 겨울이 시작되는 12월이지만,
폭설로 내린 첫눈에도 견디며 아직 어딘가 남아 있는 가을을 만나면 마음을 건네는
이별의 인사를 하고 싶다.
'올해도 아름다움 가득한 고운 가을이었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