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미 Dec 04. 2023

진저리 나는 정신병



우울 장애를 앓고 있다.

약을 복용한 지 4년이 다가오는데도 어느 이상으로 차도가 보이지 않는 것 같으니, 괜스레 조바심이 든다.



나는 이 정신병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인가

사고를 바꾸었는데 왜 마음은 바뀌지 않는 것인가

시간이 변했는데 나는 왜 그대로일까



조바심은 앞으로 살아갈 나의 앞날뿐 아니라 내 영향이 미치는 곳곳으로 뻗쳐나간다.

지금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내 자식들이 나처럼 살면 어떡하지'라는 것.

이 생각이 기우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나는 더 열심히 '행복한 엄마'를 연출한다.

그대로 행복한 엄마가 될 순 없는 거냐며,

하지만 나는 이미 너무나 우울하다.

그래서인지 마음 한 구석 자리 잡은 자그마한 의구심과 염려가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다.



집에서 도망치듯 나오면서 반드시 행복해질 거라 생각했고

우울장애약을 먹으면서 이제는 행복해질 수 있겠지 하고 생각했다.

이제 행복이라는 것은 채울 수 없는 목마름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들이 신을 생각하며 반성하고 내세를 바라며 착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나도 행복할 날을 생각하며 불행한 마음을 반성하고 긍정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깐.

(나는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를 믿고 신은 '선한 자'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에게 신은 '행복감'이다.



이제는 어느 정도 객관적인 사고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울한 감정이 밀려올 때면 나는 여전히 어린 시절 무기력한 아이로 돌아가버린다.

현실에 실재가 있다면 나의 현실에는 망상이 있다.

잘못된 사고의 결말은 이 생에 대한 종말과 흡사하다.



나는 나의 신으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을까?







요즘 하릴없이 몰려오는 일들로 정신이 없었다.

마음껏 부정하고 싶고 무기력하고 싶은 우울장애가 나를 자극하고 있다.

따듯한 햇살을 담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작가의 이전글 전화포비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