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흙이 말이 되는 시간
조금 있으면 수업이 시작될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오기 전까지 준비를 마쳐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점점 분주해졌다.
흙과 헤라, 나무판, 물 같은 기본적인 것들을 꺼내 놓고,
아이들에게 필요할 것 같은 것들을 떠오르는 대로 하나씩 더 보탰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충분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나는 수업이 시작되기 전까지도
생각을 멈추지 못했다.
그러다 아이들을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결정을 내리곤 했다.
그럴 때면 늘 같은 상상을 했다.
손안에 있던 작은 새 한 마리를
하늘로 툭 놓아주는 상상.
정말로 귓가에 푸드덕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고,
내 마음도 푸드덕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것 같았다.
내가 기대한 장면은 단순했다.
아이들이 흙을 주물럭거리며 놀다가,
어느 순간 재미있는 형상을 만들어내는 모습.
옷 여기저기에 흙이 묻어 있지만
그 안에 이상한 쾌감이 번지는 풍경.
나는 그런 시간을 떠올렸다.
그래서 따로 주제를 정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준 것은
흙과 몇 가지 재료, 그리고 도구들뿐이었다.
그것을 어떻게 쓸지는
아이들에게 맡겨두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아이들은 곧바로 흙을 만지지 않았다.
내 얼굴만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뜰리에 한가운데에는
낮고 넓은 테이블이 있었고,
그 둘레로 작은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각자 자리에 앉은 아이들은
가운데 덩어리째 놓인 흙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시 내 쪽을 쳐다보았다.
‘이거 어떻게 하라는 거죠?’
‘만져도 되나요?’
아이들의 얼굴에는
그렇게 묻고 싶은 표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나는 서둘러 말했다.
원하는 만큼 가져가서,
하고 싶은 대로 해보자고.
그제야 아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흙을 조금씩 떼어갔다.
그리곤 손에 덜어간 흙을 주물럭거리며 만지작거렸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는 듯,
한동안 흙을 만지고 있었다.
그러다 몇몇 아이들이
흙에 물을 붓고 손가락으로 깊숙이 찔러 넣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아이들도
흥미가 생긴 듯 하나둘 따라 하기 시작했다.
나는 특별히 제지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가끔 힐끗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래도 되나?’
그런 표정이었다.
나는 웃고만 있었다.
굳이 “그래도 돼”라고 말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의 움직임은 점점 커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다른 아이가 만든 것을 부수고 도망가는 아이,
질 수 없다는 듯 뒤쫓아가며 따라 하는 아이,
마카로니를 흙 위에 굴려
남는 무늬를 신기한 듯 들여다보는 아이,
흙을 이리저리 굴리고
나무젓가락을 꽂아 높이 세우는 아이,
실로 흙을 반복해서 자르는 아이까지.
어느새 자리는 흙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아뜰리에는 말 그대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한 시간 남짓 지난 뒤,
실컷 논 아이들은 교실로 돌아갔다.
나는 아이들이 남기고 간 흔적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흙물이 잔뜩 튄 자리에는
질척거리는 형태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그것들은 조금만 건드려도
금세 모양이 달라졌다.
어떤 것은 얼굴처럼 보이기도 했고,
어떤 것은 놀이기구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아이들의 것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보고 있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어느새 작은 흙덩어리들은 햇빛을 받으며
벌써 마르기 시작했고,
부스러기처럼 바스러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흙은 조금씩 물기를 잃어가고 있었지만,
생기는 금세 사라지고 있었다.
그렇게 바라보고 나니,
특별한 형상은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이 재미있었으면 된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마음 한편이 자꾸 걸렸다.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다만 나는 그날,
무언가 빠져 있다는 느낌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