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직장 후배를 만났다.
그녀는 나보다 두 살 어린, 아들 둘을 둔 엄마다.
여전히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다.
나는 지난 20년 동안 그녀를 시기했다.
키도 나보다 크고, 예뻤다.
둘이 함께 다니면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향했다.
결혼도 나보다 훨씬 일찍 했고, 곧바로 아이를 가졌다.
그때의 나는 아직 싱글이었다.
내가 원하던 것들을 먼저 손에 넣은 그녀를 보며
질투심을 느꼈다.
그래서 그녀가 살갑게 연락을 해와도 마음을 온전히 열지 못했다.
대화는 은근한 나의 자랑으로 흘러가곤 했다.
지지 않으려는 마음이었다.
그랬던 그녀도 이제 오십을 앞두고 있다.
예전처럼 반짝이는 외모 대신,
세월이 남긴 흔적이 얼굴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이상하게도
마음이 풀렸다.
경쟁하던 대상이 아니라,
같이 시간을 견뎌온 한 사람이 보였다.
나는 처음으로
가식 없이, 방어 없이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녀가 보였다.
그리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예전보다 훨씬 단단해진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만큼 많은 시간을 지나왔으리라.
같이 나이 들어가는 처지가 되니
더 이상 비교도 경쟁도 의미가 없었다.
질투는 세월 속에 빛이 바래고,
남은 것은
같은 시간을 견뎌온 사람끼리만 알아보는 묘한 유대감이었다.
친구가 하나 생긴 기분이었다.
제네바의 한식당에서 밥을 먹고,
술 한 잔 하지 않았지만 취한 사람처럼 기분이 좋았다.
환한 보름달 아래를 걸으며
마음이 활짝 열린 채로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