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민호 Mar 01. 2021

딴짓

[100일의 긍정에 대하여], 89일 차

대학 시절 시험기간의 고통을 여러 번 느껴봤다. 일찍이 미리 공부를 해 왔든, 그렇지 않고 벼락치기로 단 며칠 만에 공부를 해내든, 그 과정과는 상관없이 시험 당일을 위한 지독한 공부를 하는 것이 고통스럽기만 하다. 그런 시험 기간에 우리는,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온갖 '딴짓만' 골라서 하는 듯하다. 공부를 해야 할 때에 공부만 빼고 다 재밌는 법이다.


어제가 딱 그런 날이었던 듯하다. 해야 할 일은 쌓아보자면 방 천장까지 닿을 법도 한데, 그 많은 일들을 쏙 빼면 마음의 평안과 행복이 가득할 것만 같다. 딴짓이 이렇게나 고플 일인가. 그리고 내 본능적인 마음들이 그 딴짓을 야금야금 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그저 용인해주고 있었다. 어제는 그런 날이었다.


나는 딴짓이 딴짓으로 끝나지 않을 것을 두려워한다. 딴짓의 달콤함에 빠져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일을 뒤로하고, 그 우선순위를 마음속에서 슬그머니 바꾸어놓을 것을 두려워한다. 그 딴짓이 어쩌면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이라며 나 자신을 합리화해버리는 장난을 칠 것을 두려워한다. 그리하여 더욱 그 딴짓을 그저 딴짓이라고 워딩 하는 일을 굳이 포기하지 않는다. 힐링이고, 나발이고.


그러나 사실 나는 어제의 그 딴짓 비슷한 것들을 오늘 또 해버렸다.

연휴와 딴짓을 멀리 두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89일 차의 어제와 89일 차의 오늘은 연휴다. 딴짓이 너무 재밌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 종일 맑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