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긍정에 대하여], 89일 차
대학 시절 시험기간의 고통을 여러 번 느껴봤다. 일찍이 미리 공부를 해 왔든, 그렇지 않고 벼락치기로 단 며칠 만에 공부를 해내든, 그 과정과는 상관없이 시험 당일을 위한 지독한 공부를 하는 것이 고통스럽기만 하다. 그런 시험 기간에 우리는,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온갖 '딴짓만' 골라서 하는 듯하다. 공부를 해야 할 때에 공부만 빼고 다 재밌는 법이다.
어제가 딱 그런 날이었던 듯하다. 해야 할 일은 쌓아보자면 방 천장까지 닿을 법도 한데, 그 많은 일들을 쏙 빼면 마음의 평안과 행복이 가득할 것만 같다. 딴짓이 이렇게나 고플 일인가. 그리고 내 본능적인 마음들이 그 딴짓을 야금야금 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그저 용인해주고 있었다. 어제는 그런 날이었다.
나는 딴짓이 딴짓으로 끝나지 않을 것을 두려워한다. 딴짓의 달콤함에 빠져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일을 뒤로하고, 그 우선순위를 마음속에서 슬그머니 바꾸어놓을 것을 두려워한다. 그 딴짓이 어쩌면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이라며 나 자신을 합리화해버리는 장난을 칠 것을 두려워한다. 그리하여 더욱 그 딴짓을 그저 딴짓이라고 워딩 하는 일을 굳이 포기하지 않는다. 힐링이고, 나발이고.
그러나 사실 나는 어제의 그 딴짓 비슷한 것들을 오늘 또 해버렸다.
연휴와 딴짓을 멀리 두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89일 차의 어제와 89일 차의 오늘은 연휴다. 딴짓이 너무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