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긍정에 대하여], 90일 차
의자에 오래 앉으면 엉덩이가 아프다. 의지는 엉덩이를 붙이는 시간과 비례한다고 하는데, 과연 이것은 의지인가 내 엉덩이 근육의 부족인가. 갸우뚱 스럽지만 그래도 의지가 불타는 것으로 하기로 한다. 그 편이 좀 더 내 마음이 뿌듯한 편인 것 같다.
평일에는 8시간씩 잘도 앉는다. 그리고 떠올려보면 회사 의자가 좋은 탓인지, 온통 일에만 집중해서인지, 알 수 없지만 엉덩이가 아플 만한 일은 없었던 듯하다. 이번 건은 의지나 근육의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평일의 엉덩이가 좀 더 튼튼한 편이던가.
어제는 엉덩이가 아파와 몰두하는 일을 서서 했다. 내 방을 한 바퀴 두 바퀴 돌면서 마치 도서관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노트를 들고 복도를 서성이던 나 자신이 떠올랐다. 스쿼트를 늘려 하체를 좀 튼튼이 해야 하나. 오래 앉으면 이렇게나 불편할 일인가.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엉덩이가 아플만한 일이 '있다'는 거다. 지난날 내 사람들을 아득바득 챙기겠다며 엉덩이 붙일 시간도 없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돌아다녔던 그 시절도 매우 의미 있는 날들이었겠지만, 어제와 같이 나 자신을 위한 무언가를 엉덩이 딱 붙이고 내 것으로 만들어 내겠다며 끙끙 앓으며 엉덩이가 아픈 지금 이 시절도 매우 의미가 있는 듯하다. 엉덩이가 더 아픈 일상이 되길 바란다.
90일 차부터 내 엉덩이에게 살짝은 불쌍한 마음이 든다. 화이팅 엉덩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