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긍정에 대하여], 24일 차
어제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들과 해산물 파티를 했다. 광어에 우럭에 방어에 산 낙지까지. 포장해서 먹었는데, 산 낙지가 가격 대비 꿈틀꿈틀 살아있는 게 품질도 괜찮고 양도 많이 주더이다. 어머니와 나는 낙지 잘 시켰다면서 기분 좋게 집까지 왔다.
싹 다 뜯어서 네 가족이 한 자리에서 맛있게 식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산 낙지 한 입에 마음을 그르쳤다. 뭔가 비릿한 맛이 났다.
“낙지가 좀 이상한데”
온 가족이 한 입씩 먹었다. 나만 이상한 맛이 아니었다. 나쁜 마음이 들었다. 괜히 이런 낙지이기에 이렇게 많이 넣어준 것이었나. 저품질 낙지이기에 이렇게 많이 넣어준 것이었나. 아, 이런 나쁜 마음은 크리스마스에 맞지 않은데.
어머니는 하나의 제안을 했다. 이 낙지로 낙지볶음을 해서 먹자고. 매운탕에 넣자는 동생의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어머니가 말씀하셨나 보다. 고추장 양념부터 마늘에 고추까지 썰어 넣지는 못했지만, 소금 간에 참기름까지 넣어 낙지 한 판을 볶아서 내오셨다. 역시 어머니는 요리사다.
맛있었다. 산 낙지의 꿈틀거림은 없겠다만, 그 이유모를 맛없는 산 낙지보다야 쫄깃하고 짭짤한 낙지볶음이 더 훌륭했다. 생각보다 낙지볶음의 맛이 훌륭했다.
이런 게 대안인 듯하다. 어제 낙지의 행복을 기대했지만 그 기대에 충족하지 못한 상황을, 볶음 요리로 대체해 나름 더 큰 행복을 느낀 대안 말이다. 앞으로 살아가는 많은 것들에도 그저 비릿한 산 낙지를 욕하기보다는 비릿한 산 낙지를 어떻게 더 만족스러운 일상으로 만들 수 있을지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보겠다.
24일 차의 어제, 산 낙지에 팍 마음이 상했지만, 24일 차의 오늘, 낙지볶음 한번 더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