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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미삐약이 Nov 06. 2024

나의 큰 사랑, 가을

평생 이렇게만 행복하고 싶어라

나의 사랑을 담뿍 받는 계절, 가을.

그리고 그런 나의 사랑을 더욱 오롯이 받아내는 가을 하늘.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언제냐는 질문을 받았을 땐 언제나 가을이라고 대답하곤 했었는데, 질문자들은 언제나 봄과 가을은 그 시기가 길지 않다며 자연스레 두 계절을 선택지에서 배제하고 여름과 겨울만 내게 들이밀기 일쑤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날을, 그리고 이렇게 청명한 가을 하늘을 언제 온 몸으로 느끼며 사랑했었는지 기억조차 안 나는 삶을 살아냈더랬다. 대체 언제쯤이였나. 아름다운 계절에 대한 경탄을 멈춘 것이.


삶을 사랑하게 된 요즘, 그 모든 것이 감사하다. 비록 내게 그 어떤 뚜렷한 새로운 변화가 없을지라도 나는 나의 삶을 사랑한다. 이렇게 자유한 마음으로 내 감탄을 표현한 게 언제였는지 모든 게 가물가물하다. 그래서인지 이런 소소한 감사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새파랗고 청명한 가을 하늘. 내 어린 시절부터 늘 항상 나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가을 하늘. 꼬꼬마 초등학생 시절에도, 여전히 즐겁기만 하던 여중생 시절에도, 늘 가을이 되면 친구들과 함께 학교 근처 고수부지의 둔턱을 따라 내려가 잔디밭을 맘껏 밟으며 눈이 시리도록 파아란 하늘을 작디작은 핸드폰 카메라 앵글에 담아내고자 요리조리 노력했던 때가 선연하다.


계절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경탄할 수 있는 요즘의 내 삶이 참 감사하다. 높고 새파란 하늘만 봐도, 옅은 구름이 깔려 움직이는 모습만 봐도, 색색이 다른 색으로 물들어가는 나뭇잎만 봐도, 땅에 떨어진 어느덧 짙은 가을 색의 낙엽들만 봐도, 그저 행복하다. 


그저 행복하고 평온하다는 말로밖엔 설명이 안되는 요즘의 기분을 영원히 간직하고 누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 불쑥 초겨울이 고개를 들이밀며 완연한 가을을 앗아가려 하지만, 아직 남은 가을을 온전히 더 누리고 싶다. 이토록 평온한 요즘의 마음밭. 


평생 이렇게만 행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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