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전직 예술인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방법

by 세미삐약이

요새 나의 SNS 시간 할애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바로 쓰레드. 거기서 방금 누군가 '당신의 아이가 기질적으로 예민한 것 같으면 글을 쓰게 하고, 그림을 배우게 하고, 악기를 다루게 하며, 춤을 추게 하세요. 그러지 않으면 필시 성인이 되어 정신병이 도질 것입니다.' 라고 하는 글을 봤다. 재밌는 말이기도 하고 저 문단을 포함한 전체 글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교직에 입문하고 나서부터 내 삶의 만족도가 꾸준히 수직 하강하며 바닥을 찍고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를 어느정도 깨닫게 되었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이었지. 이런 부분에서 기쁨을 느꼈었지. 그렇네..!'하는 생각이 많이 들면서 올 한해는 바뀐 삶을 살아봐야겠다는 다짐을 또 남긴다. 브런치에는 매 글마다 다짐만 남기고 끝이 나는구나..


여행을 하며 찰나의 순간과 새로운 공기, 새로운 풍경 등을 보며 오감이 살아나는 것을 즐기고, 또 그 감상을 글과 사진으로 꾸준히 기록하는 것을 사랑했다. 소소한 내 삶의 조각조각들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는 것도 굉장히 좋아했었고. 일을 시작하면서 블로그는 아예 접어버리고 인스타그램은 비공개 계정이지만 일로 엮이거나 보는 눈들이 많아지며 보다 공적인 성격이 더 강해져서 무언가 기록을 주저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 때부터였나. 분출구가 아예 없어서 자주 힘들어했던 것이. 너무 모든 나의 생각과 감정을 내 내면에만 담아두려고 하니 답답함의 농도만 짙어졌던 것 같다.


종종 내 생각의 순간들과 이리저리 흐르는 정처없는 생각을 정신없이 풀어내는 일기 쓰기도 멈췄고, 그림은 그려야지 그려야지 하면서 사두기만 한 작디 작은 컬러링북과 색연필만 몇 년째 그대로 덩그러니 남았고. 패드로라도 그림을 시작해봐야지 하면서 야심차게 샀지만 방치된 갤럭시 탭까지. 내 내면을 담고 풀어냈던 악기 연주도 업무 처리 하기에도 바빠 잊고 지냈고. 쓰다 보니 좀 슬프다.


오늘도 친구를 만나 예전에는 그렇게 하고 싶었던 게 많은데 요새는 하고 싶은 게 정말 하나도 없고 좀체 하고 싶은 게 떠오르지가 않는다는 고민을 나누다 왔다. 친구인 언니는 이제 결혼할 때가 되어가고 삶의 안정을 찾기 위한 시기이기 때문에 점차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 아닐까라는 의견을 제시해줬다. 어쩜 이렇게 하고 싶은 게 없을까 싶은 것에 대한 충격을 곱씹다가 아까 저 쓰레드 글을 보고 답을 발견한 것만 같았다.


힘 빼고. 각을 잡고 무언갈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버리고. 깡그리 모아 저멀리 던져버리고. 그 모든 작업들을 다시 나를 위해 시작해보기로 했다. 꾸준하진 못하더라도. 아니, 그 어떤 것도 숙제가 아니니 꾸준하지 못하다는 저딴 압박감은 하등 갖지 말고. 내가 살기 위한,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잘 살아내기 위한 내면 표현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내는 올 한 해를 보내야겠다.


업무에 매몰되지 않고, 일을 최우선으로 사는 삶은 이제 그만하고 정말 나를 위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 보이는 게 뭐가 중요해. 남들의 시선이, 평가가 대체 뭐가 중요해. 그냥 내가 좋아하는대로 마음껏 읽고 마음껏 쓰고 마음껏 표현하는 한 해를 보내고 싶다. 다시 예전의 생기 넘치고 호기심 넘치던 그 때처럼. 그게 나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방법이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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