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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살 어른이 Dec 08. 2020

12화. '은근히' 말 잘 듣는 츤데레 한국인

일본인 아내와 사는 한국 남자의 솔직한 이야기

한국 사람들은 정부 말을 은근히 잘 들어...

# 마스크 잘 쓰는 한국인, 말 안 듣는 외국인

올해,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인들은 마스크를 열심히 쓰고 다닌다. 마치, 마스크를 벗는 순간 코로나에 걸리는 마냥 깜빡 잊고 마스크를 안 갖고 나오면 입을 가리고 서둘러 근처 편의점에서 마스크를 구입하고 바로 착용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 상황을 보도하는 뉴스를 보면 확진자가 매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음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데모를 하는 사람들을 보고 일본인 아내는 "저런 거 보면 한국 사람들은 은근히 정부 말을 잘 듣는 것 같아"라고 말을 한다. 그런데 아내의 말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말 듣는 한국인'이 아닌 <은근히>란 단어다.


# 반항적인 기질의 한국인?

일본인 아내의 눈에 비친 한국인은 참 독특한 민족이다. 광화문에 나가면 거의 매일 정부의 시책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린다. 몇 해 전에는 평화스러운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을 탄핵시킨 경이로운 민족이기도 하다. 한국의 과거 역사를 봐도 마찬가지다. 30년이 넘는 일제 식민시대의 처음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항일 항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사실들만 봐도 한국인은 순종과는 다소 거리가 먼 민족이다. 오히려 반항아에 가깝다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 아내는 한국인은 '은근히' 정부 말을 잘 듣는다고 한다. 비단 최근 마스크 착용 때문만은 아니라 한다.

# 라떼는 길거리에서 담배도 맘 껏 폈다

아내가 한국에 살며 정부의 방향에 따라 급속도로 변화한 것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은 '금연 식당'이라 한다. 아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금연 문화는 한국과 일본이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한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길거리에는 담배를 물고 걷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술집은 기본이고 일반 음식점에서는 밥을 다 먹고 식후땡이라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많았다. 식당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면 담배를 피우는 것도 내 자유고 권리라며 싸우는 어르신들도 많았으니 말이다.

정부에서 실내 금연을 선포한 이후 실제로 애연가들은 언성을 높이며 엄청난 불만을 토로했다. 식당은 그렇다 치더라도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이야? 라며... 하지만 지금은? 실내 금연을 선포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식당은 물론이고 술집 안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게 됐다. 애연가들은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가 담배에 불을 붙이지만 그마저도 옆 가게 주인이 "여기서 담배 피우시면 안 돼요!"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럼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한 채 애연가들은 담뱃불을 붙일 곳을 찾아 음침한 골목길 안으로 들어가곤 한다.


실내 금연과 같은 급속한 변화에 아내는 박수를 치며 좋아라 했지만, 어떻게 이렇게 정부의 말을 잘 들을 수 있는지 궁금했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엔 반항아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속은 착한, 소위 말하는 <츤데레> 같은 민족이라 한다.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불안하다. 사회적 거리,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정부에서 말하는 코로나 예방 수칙을 '츤데레'처럼 잘 따라 어서 빨리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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