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흔살 어른이 Oct 20. 2020

11화. 그래서 나는 이 여자와 결혼하기로 했다

일본인 아내와 사는 한국 남자의 진솔한 이야기

어느 평범한 주말, 우리 가족은 점심을 라면으로 간단히 먹기로 했다. 간단할 줄 알았던 라면이었는데... 전날 술을 마신 나는 얼큰한 국물 라면을, 비빔면 매니아인 일본인 아내는 비빔면을, 매운걸 입에도 대지 못하는 6살 우리딸은 짜장라면을 먹겠다 한다. 일요일은 아빠가 요리사라 했던가? 냄비 3개에 물을 채우고 나는 각자의 취향에 맞게 서로 다른 라면을 끓다. 아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굳이 나와 아내까지 번거롭게 서로 다른 라면을 먹어야 했을까?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서로의 다름이 내가 아내와 결혼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자취방에서 2시간
아내와 결혼하기로 결심했다

우린 캐나다 밴쿠버에서 연애를 시작했다. 당시 나는 작은 원룸에서 혼자 자취를 했다. 하루는 여자친구(지금의 아내)가 자취방에 놀러왔다.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는 컴퓨터 책상에 앉아 뭔가를 하고 있었고, 그 시간 아내는 침대에서 또 다른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한 2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좁디좁은 공간에서 2시간을 서로를 의식하지 않은 채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음에도 너무 편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때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결심했다. 


우린 처음부터 다르다 생각하고 시작했다


간혹 사람들이 내게 다문화가정은 서로 문화가 달라 어려운 점이 있지 않냐고 물어보곤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대답하곤 한다. 한국인 남녀가 만나더라도 둘은 문화가 다르다고.. 식습관은 물론 생활패턴과 사고방식까지 모두 다르다. 만약 상대방이 나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갈등은 시작된다.


우린 처음부터 다르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대하면 많은 것들이 편해진다. 올해 결혼 9주년이 됐다. 9년이란 시간 동안 아내와 내가 큰 다툼없이 살 수 있었던 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주는 우리 가족만의 문화가 덕분이 아닐까 한다.


다른게 틀린건 아니잖아?


아내가 말하길 한국 사람들이 자주 실수하는 맞춤법이 있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은 자주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해서 사용한다고 한다. 간혹 TV에서도 이런 실수를 하곤 하는데, 그럴때면 아내는 "다른 건  different고, 틀린건 wrong이잖아? 다른게 틀린건 아니잖아?" 우리 자신도 모르게 나와 생각이, 행동이, 문화가 다른 어떤 것을 틀리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 샤워를 하러 욕실에 들어갔는데, 벽에 3개의 샤워 타월이 나란히 걸려있었다. 때가 밀릴 정도도 까끌한 내것, 부드러운 감촉의 아내 것, 거품이 잘 날 수 있게 스펀지가 달린 딸아의 것. 르지만, 행복하다.








이전 11화 10화. 한일 다문화 가정의 광복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