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흔살 어른이 Jul 29. 2020

9화. 김치 먹기 연습

일본인 아내와 사는 한국 남자의 진솔한 이야기

외국인에게 한국 하면 떠오르는 것을 나열하라 하면 무엇이 나올까? S전자, K팝, 강남스타일, 연아킴.. 한국도 어느덧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면서 한국의 다양한 문화가 전 세계에 알려졌다. 한국의 특색 있는 문화 중 하나는 바로 음식문화, 그중 가장 한국적인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코 '김치'일 것이.  


일본인이 본 한국의 신기한 김치 문화

일본인 아내는 한국인의 김치 사랑을 매우 독특한 문화라 생각한다. 일본 사람들이 한국 식당에 가서 한 번쯤 겪는 문화 충격 중 하나는 밑반찬이 기본적으로 나온다는 거다. 일본인 아내는 한국 생활 초반엔 식당마다 서로 다른 밑반찬이 나오지만, 김치가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또, 김치 하나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음식의 가짓수는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것을 보고 감탄을 했다고 한다. 김치는 그냥 먹고, 밥에 볶아먹고, 고기와 함께 구워 먹고, 생선이랑 쪄먹고, 부침개에 넣어먹고 등등

김치볶음밥을 먹을땐 김치와 같이 먹어야 제맛!
한국인에게 김치는 음식 솜씨를 판단하는 기준

한국인에게 김치는 기본 밑반찬이라곤 하지만 음식 하는 사람의 요리 솜씨를 판가름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처음 가는 식당에서 메인 음식이 나오기 전에 상에 차려진 김치를 먹어보고 자신이 마치 소믈리에가 된 양 이 식당이 음식을 제대로 하는 곳인지 아닌지 평가하곤 한다. 만약 친구 집에 초대되어 밥을 먹을 때도 김치 칭찬을 하면 고기 한 점이 더 내 밥그릇에 올려질 수도 있다.

한국인은 모두 김치 소믈리에가 아닐까?

아내는 처음엔 '한국 사람들은 참 매운 것을 좋아하는구나~'라 여겼다 한다. 매운 고추를 먹을 때도 고추장을 찍어 먹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한국인의 김치 사랑은 단순히 매운 것을 좋아하는 것 이상의 뭔가가 있는 것 같다고 한다.


김치를 먹기 위한 6살 딸의 필사적인 노력

이런 한국인의 독특한 김치 사랑은 아이를 키울 때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지금은 6살인 우리 딸이 몇 해 전 어린이집에서 김치를 만들어 왔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든 김치를 집에서 함께 먹었는데 맵지 않고 달콤했다. 빨간 음식은 매운 것이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던 6살 우리 딸은 맵진 않지만 빨간 김치를 먹더니 자기 자신이 매우 자랑스러운지 매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이후로도 어린이집에서 김치를 먹고 올 때면 김치를 먹었다고 자랑을 하곤 했다.

두부랑 먹어봐~ 그럼 안매울거야~

또 한 번은 할머니(내 어머니)는 김치 먹는 연습을 해야 한다며 김치를 물에 씻어서 딸에게 반찬으로 먹였다. 지금부터 천천히 먹어야 나중에 김치를 먹을 수 있다며... 아내가 의아해했던 것이 '김치를 굳이 연습까지 하며 먹어야 하나?'였다.


한국인은 왜 그렇게 김치를 좋아해?

아내에게 혹시 일본에는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에게 천천히 강도(?)를 높이며 먹기 연습을 하는 음식이 있는지 물어봤다. 예를 들어 와사비 1단계, 2단계, 3단계 꼭 자극적이고 매운 음식이 아니더라도 사시미 1단계(오징어), 2단계(광어), 3단계(고등어)와 같이 말이다.  한참을 생각하던 아내는 그런 음식은 없는 것 같다고 한다. 매운 것으로 비슷한 게 있다면 '와사비'가 있는데 이건 개인의 취향이고 선택이라 어릴 때부터 먹게 하려는 시도를 하진 않는다고 한다.


한국인인 나 역시 김치를 좋아한다. 하지만 아내의 입장에서 보면 김치는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는 다른 밑반찬과 다를 바가 없는 그냥 밑반찬이다. 한국인의 유별난 김치 사랑은 뭐 때문인지 궁금하다. 아직 아내의 질문 "한국 사람은 왜 그렇게 김치를 좋아해?"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전 09화 8화. 일본의 복날, 소의 날엔 장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