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흔살 어른이 Jul 11. 2020

8화. 일본의 복날, 소의 날엔 장어?

일본인 아내와 사는 한국 남자의 진솔한 이야기

일본인 아내의 고향은 후쿠오카다. 후쿠오카는 일본의 동남아라 불리는 오키나와 정도는 아니지만 여름엔 덥고 겨울엔 따뜻한 지역이다. 그래서 한국의 겨울은 혹독할 정도로 춥지만 여름은 그래도 살만하다고 한다. 그런 아내도 올해는 6월부터 덥다며 에어컨을 켜는데, 올여름은 유독 더울 것만 같다.

여름이 되면 몸보신을 해야 한다며 일본인 아내와 연애할 때부터 삼계탕과 같은 음식을 즐겨 먹곤 했다. 아내의 식성이 웬만한 한국 사람보다 좋아 다행이다. 그런데 얼마 전 일본에도 복날이란 개념이 있는지 궁금했다. 한국과 일본은 동양권이지만 일본은 양력을 쓰기 때문에 우리와 같이 초복, 중복, 말복의 개념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일본에도 우리의 복날과 같은 날이 있었다. 그리고 참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

일본의 복날은 토왕의 소의 날?

일본의 복날은 '도요노우시노히(土用の丑の日)'라 한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토왕의 소의 날'이다. (이건 무슨 말이지?) 한글로 해석해 봤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일본인 아내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어릴 땐 '토요일은 소고기 먹는 날'인 줄 알았다 한다. 와이프도 조금 미심쩍었는지 인터넷 검색을 해 도요노우시노히의 뜻을 친절히(?) 알려줬다.


도요(土用)는 오행사상에서 유래한 것으로 입춘, 입하, 입추, 입동 전의 18~19일간을 말한다. 도요의 기간 중 십이간지 ‘소(丑 시)’에 해당하는 날이 바로 도요노우시노히(土用の丑の日)가 된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입추 전, 여름에 있는 도요노우시노히다. 이렇게 계산을 하면 매년 도요노우시노히의 날짜는 바뀌, 일 년에 두 번 있는 날도 있다고 한다.


소의 날의 장어는 고도의 마케팅!

소의 날이라 하니 당연히 소고기를 먹는 날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날은 생뚱맞게도 ‘장어’를 먹는 날이다. 유래를 들어보니 7~8세기 일본 어느 지역의 장어 장수가 날씨가 너무 더워 기름진 장어가 팔리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도요노우시의 ‘우(丑)’를 '우'자가 들어간 음식을 먹는 날이라 홍보했고 이후, 이날은 장어(우나기: うなぎ) 먹는 날이 됐다.


우리나라의 빼빼로데이와 같은 유래인 게다. 아내의 말을 들어보면 이날은 우리나라 빼빼로데이와 같이 '장어 먹는 날'이라며 다양한 프로모션을 한다고 한다. 또, '우'자가 들어가면 되기 때문에 우매보시(매실장아찌, うめぼし), 우동(うどん)과 같은 음식도 찾아서 먹는다고 한다.


인생 장어덮밥을 찾아
뱃사공이 노래도 부르고 수상 휴게소(?)에서 간식도 먹을 수 있다

요즘은 코로나와 일본과 사이가 좋지 않아 일본 여행이 편치 않다. 예전에 일본 여행에 갔을 때 인상 깊었던 장어덮밥 집이 있어 소개한다.


후쿠오카현의 야나가와시는 뱃놀이 관광 코스가 유명하다. 일본 전통 복장을 입은 뱃사공이 노를 저으며 마을 구석구석을 관광을 한다. 종착지에 다다르면 일본 옛 모습을 고스란히 보존하 마을이 나오는데, 이 곳은 차도 다니지 못하고 걸어 다녀야 한다. 만약, '바람의 검심' 덕후라면 골목길 끝에서 켄신이 칼을 차고 걸어 나오는 상상을 할 수 있을 정도다.

와카마츠야 내외부 전경 (출처. 와카마츠야 홈페이지)

이 마을엔‘와카마츠야’ 란 장어덮밥(세이로무시) 집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내 인생 장어덮밥을 먹은 곳이다. 옛 정취가 고스란히 담긴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식당, 일본 특유의 친절한 서비스도 기억에 남는다.


살이 두툼하게 오른 장어와 달짝지근한 소스가 어우러진 장어덮밥은 말 그대로 일품이다. 장어덮밥과 함께 유명한 메뉴가 있는데, 장어 계란말이다. 그 비싼 장어를 집에서 반찬 없을 때 만들어 먹는 계란말이에 넣어 먹는다는 것이 좀 이상하지만, 푸딩과 같이 부드러운 계란말이 안에 단짠단짠 양념이 베인 장어가 들어있어 식욕을 돋워준다.

일본에서 만난 인생 장어덮밥
장어계란말이, 기대 이상으로 고급진 맛이다
스테미너 보양식 장어


우리나라에서도 스테미너 음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장어다. 비타민 A가 소고기보다 많고 남성 정력에도 좋다고 한다. 특히 DHA와 EPA, 철분, 칼슘, 단백질 등의 많은 영양소들이 풍부하다. 올해 우리나라의 초복은 7월 16일, 중복은 7월 26일, 그리고 도요노우시노히가 7월 21일에 있다. 아내를 위해 올여름 몸보신은 장어덮밥을 해보려 한다.


ps. 일본 장어덮밥집을 갈 수 없는 상황이라.. 한국에서 맛있는 장어덮밥집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네이버 포스트에도 연재하고 있어요~

포스트 바로가기


이전 08화 7화. 일본 목욕탕에서 이거 모르면 낭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