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흔살 어른이 Apr 18. 2020

7화. 일본 목욕탕에서 이거 모르면 낭패

일본인 아내와 사는 한국 남자의 진솔한 이야기

일본 사람들은 목을 참 좋아한다.  집이 크던 작던 집집마다 욕조가 있어 하루의 마무리를 목욕으로 하곤 한다. 내 신혼집은 화장실이 작아 욕조가 없었는데 목욕을 하고 싶어 하는 아내를 위해 작은 이동식 욕조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후엔 이사 갈 때면 반드시 욕조를 설치할 공간이 있는지를 먼저 살펴본.

한국인이 즐겨찾는 벳부의 지옥온천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본 온천 여행을 많이 간다. 뱃부와 같은 유명 온천 지역을 가면 한국 사람을 만나는 게 어렵지 않다. 그런데 일본의 목욕 문화에 대해 궁금한 한국 남자(?)들의 짓궂은 단골 질문이 있다.

일본에 정말 남녀 혼탕이 있어?

솔직히 나도 연애시절 아내에게 물어봤던 질문이기도 하다. 아내 남녀 혼탕이 있긴 한데 가본 적도 없고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스노보드 동호회에서 일본 스키 원정을 다녀왔는데 그때 갔던 온천은 진짜 혼탕이었다 한다. (여자는 한 명이 들어왔다 곧 나갔다 한다.)

혼탕이 아닌 가족탕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내와 딸이랑 일본에 가면 온천 여행을 가곤 한다. 주로 그 지역에서 오래된 가정식 료칸에서 머무르곤 하는데 료칸에는 대부분 '가족탕'이 별도로 있었다. 가족탕은 예약제인데 예약한 시간에는 우리 가족만 출입이 가능하다. 가족탕은 크지 않고 별도로 떨어진 공간에 욕탕 한 두 개 정도가 있어 가족끼리 오붓하게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시간에 따라 남탕과 여탕이 바뀐다

한 번은 바닷가 전망이 보이는 료칸에서 하루를 묵었다. 바다가 보이는 노천탕이 있는 나름 고급진 료칸이었다. 숙소에 들어가는데 아내는 대뜸 시간이 지나면 남탕과 여탕이 바뀌니 잘 보고 들어가란다. 내가 온천에 들어갔을 당시 맨 꼭대기 층과 옥상은 남탕 그리고 그 아래층은 여탕이었다. 노천탕을 남녀 모두 즐길 수 있게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에 따라 남탕 여탕이 바뀌는 듯했다.

남탕은 여성 출입금지 구역이 아니었다

워낙 온천을 좋아하는 나는 노천 해수탕에 누워 하루의 피로를 풀고 있었다. 시간이 많이 늦었는지 목욕탕엔 나 혼자 밖에 없는 듯했다. 숙소에 가서 시원한 맥주 한잔을 마시러 가력고 노천탕에서 나오는데 탈의실에서 웬 아줌마가 청소를 하고 있었다.

뭐? 아줌마라고? 여긴 남탕인데?


순간, 아내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남탕과 여탕이 시간 지나면 바뀌니 잘 보고 들어가" 너무 한가로이 온천을 즐기다 보니 남탕, 여탕 시간이 바뀐지도 몰랐나? 나는 당혹스러움에 탈의실로 가려던 발길을 다시 돌려 욕조에 몸을 담그고 수만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금남의 구역인 여탕을 들어온 영웅인가' 아니면 '멀리 타국에서 나라 망신시킨 변태인가?' 머리만 물 밖으로 내민 채 탈의실 상황을 주시하던 나는 젊은 일본인 청년 한 명이 옷을 벗고 욕탕으로 들어온 것을 보고 나만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탈의실을 청소하던 아줌마가 자리를 비운 순간 나는 재빨리 물기를 닦고 숙소로 돌아와 와이프에게 욕탕에 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런데 아내는 일본에서 목욕탕 청소는 대부분 여자가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남자 화장실 청소를 여자 청소부가 하는데 그거랑 뭐가 다르냐고 한다. 고 보니 또 그러네.. 노출의 차이일까?

이전 07화 6화. 열지 않은 택배 박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