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작은 아버지는 이자카야 주방장이다. 내가 결혼할 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했던 술집 콘셉트 중 하나는 일본식 화로구이, 야키니쿠였다. 야키니쿠 레시피를 연구하던 작은 아버지는 일본어판 야키니쿠 레시피 책을 샀고 내 와이프한테 번역을 해달라 부탁을 했다.
와이프가 번역하는 걸 보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일본어를 읽으면 '갈비''상추'처럼 읽히고 재료 역시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들이 많은 거다. 그래서 와이프한테 물어보니 야키니쿠는 한식이고 일본에서는 한국식 고기구이로 인기가 있다고 한다. (혹시 나만 몰랐나?)야키니쿠가 한국에서 일본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한국에 수출된 음식이라니.. 참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 와이프 집 옆에 있어 자주 가는 야키니쿠 가게. 후식(?)으로 먹는 국밥도 맛있다. 메뉴에 일본어로 '국밥'이라 쓰여있다
이 사실을 알고 둘러보니 일본에는 야키니쿠같은 음식이 많았다. 와이프의 고향은 후쿠오카인데 이곳은 명란젓으로 유명하다. 이 동네에서 유명한 음식 중 하나가 '멘타이코(명란) 파스타'다.짭잘해서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다.또, 집에서는 카레를 자주 먹는데 일본식 카레다. 블록형으로 포장되어 있고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 카레는 참 맛있다.
몇 해 전인가 뉴스에 일본에서 김치를 '기무치'로 표기해 외국에 수출한다는 소식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광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그런 반응에 이해를 못하지 않았을까 한다. 서양 음식인 파스타를 일본식으로 개발한 멘타이코 파스타처럼(한국에도 일본식 파스타 집이 꽤 있는데 여긴 젓가락으로 파스타를 먹고 소스도 일본식이다), 인도의 카레를 일본식으로 개발해 해외로 수출하는 것처럼 김치도 기무치로 개발한 듯하다. 굳이 우리의 식문화를 침탈한 거라 생각하지 않고 비즈니스로 보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우리나라 갓뚜기 카레처럼...
아! 참고로 일본은 김치란 발음이 없다. 김치나 기무치나 일본어 표기로는 같은 거다.
Tip. 일본인과 김치를 먹을 때 주의하세요!
내가 접시에 놓인 긴 배추김치를 젓가락으로 찢으려 하면 앞사람은 배추 한쪽을 잡아주는 것이 미덕이다. 하지만 일본은 젓가락으로 음식을 둘이 잡고 전달하는 것은 제사상에서나 가능한 거다. 한국을 잘 아는 일본인이 아니라면 도와주고 싶어도 꾹 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