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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살 어른이 Sep 29. 2019

3화. 일본은 스미마셍?

일본인 아내와 사는 한국 남자의 진솔한 이야기

어머니, 죄송합니다

신혼초 일본인 아내가 시어머니에게 많이 했던 말 중 하나는 바로 '죄송합니다'였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한국으로 시집온 일본 며느리가 고약한 시어머니에게 시달림을 당하는 줄 알 테지만, 시어머니의 대답은 항상 이랬다

얘야~ 이럴 땐 '죄송합니다'가 아니라 '고맙습니다'라고 해야지~


2011년 봄, 처음 일본에 갔을 때다. 장모님이 한국에서 온 예비 사위를 공항으로 마중 나왔다. 장모님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났다. 장모님 차엔 하이패스가 없어 요금소에서 현금으로  통행료를 지불해야 했다. 요금소에 들어선 순간 장모님 동차 창문을 열고 '스미마셍~' 하고 돈을 공손히 건넸다.


'스미마셍? 스미마셍은 '미안합니다' 아닌가? 톨게이트 요금에서 돈 는 게 뭐가 미안한 거지?' 하루 종일 궁금증을 안고 있던 난 그날 밤 아내에게 장모님이 왜 요금소에서 스미마셍이라고 했는지 물어봤다. 아내의 대답은  놀라웠다.


"일본에서 만약 누가 내 발을 밟으면 발을 밞은 사람은 당연히 '스미마셍'이라고 사과해. 하지만 발을 밟혀 아픈 나도 '스미마셍'이라고 말"

일본 사람 '스미마셍'이란 말을 참 많이 한다. 누군가가 나 때문에 어떤 행동을 하게 하거나, 당혹 또는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에 대해 미안함일까?  이 '스미마셍'이란 단어에는 '미안합니다'란 사전적 의미보다는 '실례합니다' '감사합니다'와 같이 더 많은 함축적인 의미가 있는 듯하다.  일종의 배려심의 표현?

한국의 배려는 남에게 플러스를 주는 것
일본의 배려는 남에게 마이너스를 주지 않는 것

한국 사람도 배려심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의 배려와 일본의 배려는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 배려라 하면 타인을 위해 양보를 하거나 떡 하나라도 더 주는 플러스(+)의 개념이라면, 일본의 배려는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게 하려는 즉,  마이너스(-)를 주지 않으려 하는 마음인 듯하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지금의 한일 관계를 떠올리며 "일본 사람들이 그렇게 미안하단 말을 잘하면서 우리나라한테는 미안하단 말을 안 하는 이유는 뭐냐?"라고 반문할 수 있을 듯하다.


최근 붉어진 한일 관계로 인해 나도 이 점이 매우 궁금했다. 그냥 스미마셍 한마디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 이렇게 커져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얼마 전 한국과 일본의 사태에 대해 우리 부부는 진솔한 대화를 나눴고 그 이유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지극히 개인적인 깨달음). 글이 길어진 것 같아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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