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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살 어른이 Sep 25. 2019

2화. 일본 갈 땐 지퍼백을 꼭 챙겨요

일본인 아내와 사는 한국 남자의 진솔한 이야기

일 년에 한두 번씩은 꼭 일본에 간다. 일본에 갈 때면  우리 가방엔 옷가지들 보다 더 많이 들어가는 것이 있다. 바로 일본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전할 선물들다.


개인적으로  선물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남자가 아기자기한 선물을 하면 왠지 낯간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선물은 가격이 좀 나가더라도 거창하고 남들한테 자랑할 수 있을 만한 정도의 것이라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여행 가방에 들어간 선물은 대부분 개별 포장된 과자, 티백, 김, 꼬마김치, 소주팩 등 매우 소소한 것들이다. 그리고 꼭 챙기는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예쁜 그림새겨진 지퍼백이다.  

<일본에 갈때면 항상 챙겨가는 지퍼백

아내는 일본에 도착하면 수많은 한국 기념품들을 준비해온 지퍼백에 낱개로 하나씩 담는다. 그러면서 이 사람은 술을 좋아하니 소주팩을 하나 넣고, 저 사람은 아이가 있으니 과자를 하나 더 넣고, 또 어떤 사람은 혼자 사니 김을 하나 더 넣자라고 계획을 세운다. 


아내의 이런 선물 분배 행위는 가족 여행을 다녀올 때도 마찬가지다. 국내던 해외던 그 지역의 기념품(반드시 개별 포장이 되어 나눌 수 있는 것)을 사 와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아내가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은 물론 분기에 한번 정도 만나는 한국에 사는 일본인 친구 몫도 남겨둔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일본 친구한테 기념품을 선물하려 만나고 돌아오면 꼭 이런저런 잡다한 기념품을 담은 지퍼백을 받아서 돌아오곤 한다. 그 친구도 내 아내를 위해 소소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기념품들을 담아 선물한 것이다.


결혼 전부터 우리 가족은 특별한 생일 선물 문화가 있었다. 가족의 생일 때 선물을 1인당 10만 원씩 현금으로 주는 것이었다. 주변에 이 얘기를 하면 정말 탁월한 방법이라고 칭찬을 하곤 한다. 형과 내가 결혼해서 형수와 와이프가 생긴 이후 20만 원이 더 들어오니 마흔이 다 되어가도 생일을 기다려지게 한다. 하지만 가끔 내 아내가 친구와 지인들을 위해 준비하는 선물들을 보면 상대방을 생각하는 애정이 가끔 부럽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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