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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살 어른이 Sep 20. 2019

1화. 당신은 왕자입니까? 하인입니까?

일본인 아내와 사는 한국 남자의 진솔한 이야기

일본 여자는 한국 여자와 다른가요?


참 어리석은 질문일 수도 있지만, 일본인 아내를 둔 내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다. 5명의 여자와 연애를 했다면, 5명의 여자 모두 다를 텐데 꼭 일본인이라고 더 다를까?


근데 의외로 이 질문에 대한 내 답은 "한국 여자, 일본 여자 똑같지~ 하지만 참 다르긴 달라" 다.


이 대답의 풀이는 친구 커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내 아내가 했던 말로 대신하려 한다. 이 말은 한국인 남자 90%는 손바닥을 치며 공감했지만, 한국인 여자 90%는 이해를 하지 못했던 명언(?)으로 친구 커플들 사이에서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한국 남자들은 여자들한테 참 잘해. 마치 공주처럼 대하지. 일본 여자는 공주처럼 대하면 상대방을 왕자처럼 대하는데, 한국 여자들은 가끔 남자 친구를 하인처럼 대하는 것 같아"

일본어 사전에 '남편'을 검색해 보면 '主人(주인)'로 되어있다. 혼하고 나서 알게 된 일본어였는데 남편이 주인이라니..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냐?'라 생각이 들기도 한다. 비록 단어 하나지만 이런 사상들이 바탕에 깔려있다 보니 일본 여성들이 순종적이란 편견이 생긴 듯하다.


내 와이프는 남편이 퇴근할 때 발 씻을 물을 떠놓고 현관 앞에서 무릎 꿇고 기다리는 한국 남성들이 상상하는  일본 여성과는 거리가 멀다. 신혼 초부터 내가 이런 오해를 갖지 않게 하려 한 아내의 큰 그림일까? 아내는 아침잠이 많아 내가 출근할 때 침대에서 감은 눈으로 배웅한 적도 많았으니... 생각에 나는 내 아내의 주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 아내의 하인은 아닌 듯 하다. 그냥 친구같은 배우자?


결혼 준비를 하는 후배에게  충고하는 선배들을 보게 된다. 남녀를 떠나 "신혼 때 기선 제압이 중요해" "초반에 길을 잘 들여야 해"라 하곤 한다. '왕자와 공주'의 관계가 아닌 '주인과 하인', '공주와 하인'과 같은 상하관계가 부부관계, 연인관계, 인간관계에서 꼭 필요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ps. 여보.. 5년 전에 우리 집에 진짜 공주님이 태어나서 요즘 여보를 공주처럼 못 대해줘서 미안해.. 그래서 내가 요즘 왕자 대접을 못 받나 보다.. 그래도 내 맘 알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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