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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살 어른이 Sep 17. 2019

일본인 아내와 사는 10년 차 가장의 이야기

프롤로그. 퇴근할 때 일본인 부인은 무릎 꿇고 기다리나요?

만 서른 살이 되는 해인 2010년 봄날, 생애 첫(?) 일탈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무작정 캐나다로 떠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한국말을 잘하는 일본인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이듬해 10월 9일 한글날에 결혼해 ‘다문화 가정’을 꾸렸다. 지금은 결혼 9년 차,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5살 공주님과 함께 사는 평범하지만 약간은 특별한 가장이다.


처음 부모님께 국제결혼을 하겠다는 허락을 받을 때 과묵했던 아버지가 했던 말이 있다. “음... 놀랍긴 하지만, 까맣지만 않으면 괜찮지! (인종 차별은 아니니 이해해 주길 바란다) 어떤 여성인지 한번 만나보자!” ‘결혼 승낙을 하지 않으면 캐나다에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란 뒤늦은 반항 멘트까지 준비해둔 나는 아버지의 이런 시원스러운 대답에 다소 놀라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은 역사적, 정치적으로 앙숙임은 틀림없지만, 좋든 싫든 함께 공유(?)한 역사를 갖고 있어서 일까?  아니면 생김새가 비슷해서 일까? 아무리 일본 정부에 욕을 하더라도 일본 사람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면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가끔 내 와이프가 일본인이란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꼭 이런 질문을 한다. “퇴근할 때 와이프가 발 씻을 물을 떠놓고 현관에서 무릎 꿇고 기다리고 있나요?” 그럼 나는 “도대체 일본 여자에 대한 그런 환상은 어디서 봤나요?”라고 되묻곤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은 결혼은 일본인 여자와 식사는 중국 음식을 먹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당신은 정말 성공한 사람이군요!”라고 한다. 그래서 그럴까? 우리 가족은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탕수육이 최고의 음식 조합이라며 자주 배달시켜 먹으며 행복해하곤 한다.


한국과 일본 다문화 가정으로 10년 가까이 살다 보니 깨닫는 것이 많아졌다. 한국과 일본은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매우 다르고, 전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비슷한 것이 많다는 것을… 특히, 한국과 일본이 정치적으로 대립이 심할 때면 각자의 기준에서 서로를 평가하고 비판과 비난을 이어가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비록 내가 느낀 10년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매우 뻔한 말이지만 일본인과 살아온 10년 차 가장으로 느낀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신혼집에 장식했던 인테리어 소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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