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기여야만 하는가
갈수록 창업의 장벽은 낮아져 가고, 반경 1km 이내 같은 업종만 해도 5-7개가 기본인 게 현실인 세상.
이 까마득한 현실을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정말 현명하게 이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 '왜 꼭 여기여야만 하는가'
사장의 시점이 아닌 소비자의 시점에서 해당 현실을 바라보기로 했다.
단순히 아래를 읽어만 봐도 극명하게 관점이 바뀐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영업자 : 아 같은 업종이 또 오픈했네. 손님 나눠 먹기 하겠구나.
소비자 : 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하나 더 늘었네. 신난다.
자영업자는 신규오픈 소식에 좌절하고 소비자는 기대하는 구조.
그 구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소비자들이 우리 매장을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제발 와주세요라고 애원하고, 오기만을 기다리고, 새로 오픈한 매장들을 원망하거나 망하길 저주하는
그런 비효율적이고 비현실적인 간절함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내가 해야 할 것을 이행하는 것.
선택지는 늘어났지만 그 많고 많은 선택지 중에서 결국 우리 가게로 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명확하게 보여줄 것. 그렇게 한다면 경쟁상대가 몇 명이더라도 불안해하지 않고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내는 나의 매장만의 아이덴티티가 구축될 것 아닌가.
해당 사실을 깨달은 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곳을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갖추어 둘 것]
[끊임없이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켜 주기 위해 귀 울이고 발전할 것]
[더불어 나아간 위치에 안주하지 말 것]
이 세 가지면 충분하게 창업 레드오션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나 역시도 해당 사실을 우리 가게에 접목시켰을 때 얻었던 것들이 결국 나를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처음 동네 작은 개인카페로 오픈했지만 커피의 수요 보다 직접 구워내는 우리 매장만의 수제쿠키 수요가 현저히 늘었고, 소비자들의 포스팅과 리뷰에도 쿠키 이야기가 주가 되는 것을 보고는 재빠르게 수제 쿠키 전문점으로 타이틀을 바꾸었다. 그리곤 일반적으로 매장으로 찾아와 쿠키를 한 두 개씩 소비하는 것 보다도 답례품이나 단체주문을 통한 주문과 수요가 현저히 많아지면서 처음은 울산에서 만들어오던 주문이 점차 유튜브와 블로그를 보고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 발맞추어 카카오채널을 통해 전국구 주문을 응대하기 시작했으며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는 답례품 시스템을 구축했다. 거기에서 왜 인하트 쿠키여야 했냐고 묻는다면, 독보적으로 높은 포장 퀄리티와 너무 달지 않아 어르신부터 아이까지 모두가 사랑하는 쿠키라는 신뢰가 증빙되는 리뷰들 덕분에 퇴사 승진 기업 케이터링 결혼식 등 목적 구분 없이 주문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이었다.
손이 많이 가더라도 직접 디자인해 브랜드의 감성을 잘 표현하는 스티커와 명함 그리고 믿고 드실 수 있도록 꼼꼼하게 마련해 둔 쿠키 보관법과 섭취 안내서 그리고 손이 많이 가더라도 포장의 퀄리티를 담당해 준 리본까지. 현재는 해당 사안들을 많이들 레퍼런스 삼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패키지들이 되기도 했고, 인하트의 것들을 그대로 카피해 남용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게 될 정도로 많은 소비자들이 해당 부분에 열광해 주셨다.
이렇듯 많은 답례품 전문 쿠키집이 생겨나더라도 혹은 많은 동종업계 매장들이 새로 오픈을 하더라도 본인 매장만의 확실한 무언가가 구축되어 있고, 그 점을 소비자들에게 이해시키고 납득시킬 수 있다면 된다.
왜 여기여야 하는지, 꼭 여기일 수 있도록 만들 자신이 있는지 스스로 그만큼은 준비해 두고 손님들이 오기를 바라고 있었는지에 대해 한 번 돌아본다면 나처럼 25살의 첫 창업을 한 나조차도 해낸 이 여정을 분명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