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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Dec 04. 2019

10년만 버티면 된다고요?

전문가는커녕, 오늘도 적성 찾기 중

10년만 버티면 된다고요?

- 전문가는커녕, 오늘도 적성 찾기 중


한 분야에서 10년을 버티면 전문가가 된다고 한다. 이력서 속의 나는 전문가다. 보도자료 쓰는 법이라던가 홍보전략 플래닝과 같은 타이틀로 강의도 하고 자료를 만든다. 관련 경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일을 해왔고 감사하게도 꽤 괜찮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10년을 버티면 전문가'라는 말은 틀렸다. 버티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전문가의 레벨로 본인을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을 믿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난 10년을 넘게 홍보일을 했지만 전문가라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일하는 내내 적성과 맞지 않음에 이 일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쳤다. 일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만족감과 성취감으로 기쁠 때도 있었지만 이내 괴로웠다. 홍보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사람에 대한 존중과 진정성이 없이는 아무나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차이는 있으나 차별은 없다'는 신조로 모든 이에게 진정성을 담아 대하다 보니 어느새 난 친절 콤플렉스에 쌓여있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지켜온 일에 대한 신념이 내게 덫이 되었다. 나의 진심이 헷갈렸고, 진심이 진심이 아닌 상태가 되었다.

이러한 고민이 쌓이고 퇴사와 이직의 사이에서 결국 난 정체하고 말았다. 내게 너무 많은 시간을 준 것일까? 생각은 정리되지 않았고 나의 문제점은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홍보를 계속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진정 다른 일을 해야 할 것인가의 고민은 퇴사 5개월이 지나도 여전히 원점이다. '그래도 지금껏 해온 게 있는데, 넌 전문가야.'라는 지인들의 이야기에 '내 적성과 맞지 않다고. 이제는 진정 원하는 일을 할 거야.'라고 당당히 말했던 난 '그래, 결국 내가 할 줄 아는 이 일을 계속하는 것밖엔 없구나.' 하며 현실과 타협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 고민은 몇 년이 지난(아니면 바로 내년?) 어느 날 또 날 힘들게 하겠지.

물론 일이든 삶이든 모든 것이 완벽할 순 없다. 모든 것에 만족할 순 없다. 어느 하나를 받아들인다면 그렇지 않은 부분도 받아들여야 한다. 단순하지만 당연한 이치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또 같은 선택으로 같은 일을 하고 인생의 쳇바퀴에 다시 올라타 일과 자괴감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을 결정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오늘이 당신의 마지막 날이라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같은 감상에 빠져 '하루를 살더라도 나 좋은 것만 하고 살래'라고 할 수 없는 것 역시 이 모든 문제가 '만약에'의 가상이 아닌 당장 내게 닥친 현실이기 때문이다.  

아마 난 전문가의 테두리를 벗어던지지 못할 것 같다. 내 일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신입이 되기에는 반팔순의 장벽은 너무 높다. 분야는 넓어지거나 달라지더라도 난 여전히 홍보를 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좀 다른 홍보인이 될 것은 분명하다. (물론 이직에 성공해야겠지만.) 지난 5개월 동안 내가 진정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홍보를 하지 않게 되었을 때 무엇을 하고 싶은지 깨달았으니까. (쓰다 보니 자기소개서의 포부같이 느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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