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미팅은 근무에 포함되나요?
밥 좀 혼자 먹을게요.
- 점심 미팅은 근무에 포함되나요?
어느 출근길, 지난밤부터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듬뿍 얹어 한 입 베어 물고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까지 곁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런 날은 점심에 탄수화물 가득한 샌드위치를 씹으며 여유 넘치게 혼밥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기자와의 점심 약속이 떠올랐다. 1주일에 1-2번은 업무상 점심 약속을 가졌다. 일반적으로 근무시간은 9시부터 6시까지 하루 8시간인데, 이것은 점심시간 1시간을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난 어쩔 수 없는 직장인이므로 나의 점심시간을 내 개인의 시간으로서 칼같이 지킬 수 없다.
점심 미팅은 단순히 밥이 메인이 아니다. 홍보담당자 입장에서는 기자에게 어떤 정보를 줘야 할지, 요즘 트렌드나 이슈를 파악해 재미있어할 기사 소재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오늘 내가 꼭 전달해야 할 내용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혹 부정적인 이슈에 대해선 어떻게 팩트를 오해 없이 설명해야 할지 긴장되는 순간이다. 가끔은 별 중요한 내용 없이 세상의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하며 대화의 주변만 휘휘 맴돌다 어색하게 헤어지기도 하지만. 이 경우 양쪽 모두 성과 없이 시간을 허비한 것이 되고, 관계는 두터워지지 못한다.
업무 상이긴 해도 그저 일로 만나 일 이야기만이 아닌 개인적인 이야기도 하는 교분 있는 사이도 있다.(이 경우는 업무상 만나도 세상 할 이야기가 참 많다.) 하지만 인사이동을 하거나 지금의 나처럼 퇴사를 하게 된 경우에는 언제 다시 만날지 기약 없는, 어쩌면 서로에게 '뉴규?'하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관계이기도 하다. 그러다 다시 우연히 (업무상) 만나면 여느 때처럼 통화를 하고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는 사이가 된다.
밥 먹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닌데 점심 미팅을 하고 나면 오후 업무가 꽤 길게 느껴진다. 어쩌다 약속 시간 직전에 취재라던가 마감, 회의 등으로 취소 전화가 오는 경우는 그렇게 은인이 따로 없다. 언론홍보를 담당하는 이의 점심은 개인의 시간이 아니라는 것. 그렇기에 가능한 혼자만의 점심이 기다려지곤 했다.
점심 미팅 중에는 밥 먹는 내내 이야기를 한다. 그렇기에 약속이 없는 날은 혼자 말없이 밥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마음 맞는 동료들과 특별식을 먹으며(구식이 젤 싫은 1인) 세상 걱정, 직장 걱정, 상사 걱정 등 걱정 3종 세트와 지난밤 드라마와 예능 이야기로 잠깐의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좋지만, 내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먹는 것에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도 꽤 필요하다.
혼자 먹겠다는 이야기가 좀 이상한 것도 같아 개인적인 약속이 있는 척하거나 혹은 다들 점심을 먹으러 간 이후 천천히 나올 때도 있다. 그리고 동료들은 절대 가지 않을 것 같은 거리와 메뉴를 선택해 나만의 점심을 즐긴다. 어쩌면 이 또한 직장인이기에 겪는 경험일 테지만. (퇴사자 인 더 하우스는 집에서 혼밥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