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짧은 글 - 26일 차
비가 내립니다. 팀회의가 있는 날에 맞춰 날도 궂네요. 이미 많은 팀원이 떠나 몇 남지도 않았는데, 회의날에 맞춰 출장을 잡는 직원 덕분에 더 단출해졌어요. 그분을 절대 비난하지 않아요, 일정을 잡을 수 있는 업무가 부러울 뿐이죠. 그 누구라도 팀리더를 마주하는 그 자리를 몸사리치게 싫어할 테니까요. 뜬금없는 비웃음, 비난부터 장착한 코멘트, 그래도 쿨하게 보이고 싶어서 몇몇 수긍하는 듯한 연기, 그래놓고 결론은 지맘대로. 그날의 타깃이 생기면 따로 불러서 할 이야기도 모두의 앞에서 힐난하는 말뽄새. 더 할 말이 많지만 여기까지만 할게요. 출근길인데 더 이상 기분이 나빠지고 싶지 않네요.
어제 있었던 상사와의 면담을 다시 생각해 보았어요. 수려한 말솜씨는 아니었는데, 권력의 위계로 인해 고개를 끄덕였던 내용들이 사실 오류투성이었음을 깨달았죠. 그냥 잊어버리면 되는데, 밤새 생각하고 또 출근 준비하며 아침 내내 생각을 한 저도 참 답답합니다. 본인은 자신의 말이 결국 자신의 발목을 잡는 덫이었다는 것을 모르겠죠.
물론 이 모든 상황에서 다 멍청하고 저만 잘났다는 것은 아니에요. 전 이 상황을 헤어나갈 아무런 능력도 없으니까요. 어찌 되었건 팀리더를 문제점을 모르고 있다면, 알고 있으면서도 본인의 손발로 두는 거라면 그 상사도 알만하죠. 하지만 우리는 매일 같은 일을 하고, 갑자기 던져지는 이해 못 할 업무도 하고, 그 업무가 가짜노동처럼 1도 쓰이지 않을 쓸데없는 일이었음에 분노하고, 그렇게 회사는 어찌어찌 겉으로는 잘 돌아가고 있겠죠.
퇴사를 하더라도 제가 다닌 회사가 망하지 않고, 욕먹지 않고, 잘 되면 좋겠어요. 그 좋은 회사에 다닌 거냐며, 나도 정말 그곳에서 일하고 싶었다고, 업계의 평판은 물론 모두가 애정하길 바라요. 저녁엔 이 팀의 탈출자들을 축하하는 저녁 식사 모임이 있어요.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길 바라며, 매일매일 짧은 글, 26일 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