눼눼 네 맘대로 하세요

매일매일 짧은 글 - 27일 차

by Natasha

언제나 똑같은 출근날이었어요. 안 해야지 다짐하면서도 매번 지하철에서 모바일로 회사 계정에 접속해 업무 메일을 확인합니다. (이런 부분에 강박이 있습니다.) 역시나 오늘도 받은 메일함에서 팀리더의 이름을 보는 순간 기분이 나빠졌고요. 어제 보고한 기획안에 대한 피드백이었죠. 이번엔 또 어떤 문장으로 자신의 인성을 드러낼까요? 뭐든 꼬투리를 잡지만 대안은 없고 또 거대담론인 마냥 애매한 소리들만 적어놨겠죠. 하다못해 참고할 레퍼런스라도 있다면 좋으련만, 소설처럼 말하며 ’없으면 말고’로 일관하니 말이죠. 다른 메일들을 모두 열어 오늘 할 일을 정리하면서도 그 메일만큼은 사무실에 도착해 업무 시간이 시작되면 그때 보려고 휴대폰을 껐어요.


집에서 사무실까지는 40분 정도 걸립니다. 버스와 지하철 시간을 잘 맞추면 30분 컷도 가능하고요. 탄력근무가 가능해지면서 출근 시간을 한 시간 땡겼습니다. 지하철에서 끼어 타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시간에도 사람이 정말 많더군요. 이 조그마한 상자에 끼여 실려가는 사람들 모두 오늘은 좀 편안하고 나은 하루이길 바라봅니다. 저 역시 말이죠. 다행히 하루 종일 팀리더가 팀메신저에 몇 차례 말을 남긴 것 말고는 엮이지 않았어요. 다들 주저할 때 예의상 1번으로 답변을 남겼다면, 오늘은 읽기만 하고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위에서 떨어진 일에 대해 메신저로 말하더군요. 방향을 제시하면서 팀원의 의견을 물어야 할 텐데, “이런 게 내려왔어요”라며 남의 일인 양 던지기만 하는데 딱히 할 말이 없더라고요. 그나마 그 일과 조금은 관련이 있는 담당자가 의견을 말하니, “그런 건 기본이고요 “ 이 멘트는 팀리더의 트레이드마크죠.


결국 또 그냥 지가 원하는 대로, 나서서 빛나는 것은 본인이 하되 나머지는 팀에서 2명만 하라고 정합니다. 사실 이제 다 떠나서 남은 인원도 몇 없거든요. 저래놓고 본인이 언제까지 실무를 해야 하냐, 내가 일 다했다, 내가 커버했다, 위에서 또는 타 부서에서 여러분에 대해 안 좋은 소리를 한다, 하며 또 가스라이팅을 하겠죠. 허세도 싫고 거짓말도 싫지만, 진짜 나쁜 건 마지막 ‘사회적 평가의 탈을 쓴 비난‘입니다. 업무를 평가한다는 명목으로 모욕을 전하고, ’ 내가 너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라고 위선 떠는 것이 최악이죠. 상대의 분노와 비난에 상처받지 마세요. 그 평가는 당신이 아닌, 그에게 내려진 것이니까요. 진정 팀원을 위해 하는 말이라면, 부정어가 아닌 긍정어를 사용했겠죠. 어디 가서 말하는 법이라도 배워왔으면 좋겠네요.


한 시간 일찍 출근한 덕분에 평소보다 빠르게 퇴근할 줄 알았는데, 역시나 늦어졌습니다. 그래도 해가 길어져 날이 밝을 때 퇴근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아집니다. 돌아오는 길엔 업무용 메일을 확인하지 않습니다. 퇴근 후에는 정말 긴급한 일이 아니면 메신저도 보지 않아요. 이것 때문에 팀리더에게 불려 간 적이 있긴 합니다.


예전에 어느 주말, 진짜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었는데, 때마침 제가 확인을 해 팀에 모두 알리고, 타 팀 담당자와 연락을 하며 사태를 파악하고 대응했더랬죠. 그때 팀리더가 몇 시간 동안 그 상황을 몰랐다가 뒤늦게 확인하는 바람에 모두의 눈치를 봐야 했던 일이 있었거든요. 개인적으로 그게 엄청 신경 쓰였나 봐요. 그때부터 아침이고 밤이고, 주말이고 자신이 언제나 회사일을 챙기고 대기하고 있다고 엄청 티를 냈어요. 뭐, 그러라고… 지 시간이지, 했는데 제가 몇 번 주말에 확인을 안 하니 절 아주 못 잡아먹어 안달이더군요. 불려 가서 2시간 동안 설교를 들었죠. (사실 주말에 해결할 수 없는, 월요일 아침에 진행해야 하는 일이거나 개인적으로 응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 또한 팀리더의 역할일터이니, 눼눼 네 맘대로 하세요. 일은 일이니까, 여러분도 잘 털어내길 바라요. 매일매일 짧은 글, 27일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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