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짧은 글 -28일 차
언제부터였을까요? 아마 그전에도 이러한 단어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제가 ‘파이어(FIRE)’를 알게 된 것은 2000년대 후반이었던 듯합니다.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약자인데, 이러한 파이어 족이 되고 싶으나 더 이상 줄일 소비도 없고 투자할 돈은 더더욱이 없는 제게 꿈같은 일이었죠. 대기업에서 6-7년 일하며 주식 배당을 받다가 퇴직금으로 빠르게 은퇴하는 30대 또는 40대 분들을 보면서 ‘일을 하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삶을 산다는 것‘을 동경했어요. 정년까지 성실히 일하며 월급 받는 안정적인 삶이 최고라는 부모님 세대에게는 헛바람 든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암튼 세상은 이렇게 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등장한 개념이 ‘마이크로 은퇴(Micro-Retirement)’입니다. 짧은 휴직형 은퇴를 반복하는 삶이라는데, 일을 놓지 않으면서도 내 삶도 즐기며 지키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추구자들이 살아가는 방식이죠. 직장을 옮기며 커리어를 성장시킬 때마다, 한 달 살기 여행을 떠났던 제 삶이 어쩌면 이 마이크로 은퇴의 시작이었던 듯합니다. 인생을 한 권의 책이라고 할 때, 내 이야기는 어떻게 쓰일 것인지, 매일매일 똑같은 이야기일지, 다양한 챕터로 담을 것인지는 오롯이 나의 선택이죠.
보통 파이어족이나 마이크로 은퇴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고용은 불안하지~ 월세, 전세, 집값은 치솟지~ 도대체 경기침체는 언제 끝나는지~ 이런 게 요즘 세대들에게 영향을 미친 거라고 말합니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고 돈 없이는 어떠한 자유도 누릴 수 없을 것만 같은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경험할 것이 많은 세상에서 일만 하며 쓰이다 버려질 부속품이 되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어쩌면 사막의 신기루 같은 것이 아닐까 싶네요.
제게 중요한 것은 결국 내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 내 삶을 이끄는 것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였어요. 매일 회사에 분노하고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몸사리치게 싫은 사람과 일해야 하는 것이 조금 더 벌어야 하기 때문이라면, 이것이 더 나은 삶을 위한 최선의 선택은 아니지 않나…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줄이고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파이어를 못한다면, 마이크로 은퇴를 하겠다고 다시 다짐하며, 매일매일 짧은 글, 28일 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