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짧은 글 - 29일 차
퇴근 후 지인을 만났습니다. 이전 직장 동료인데, 지금은 일하는 업계도 다르고 하는 일은 더더욱 다르지만, 서로의 고충을 토로하는 사이예요. 최근 대표의 무리하고 비인격적인 요구, 이른바 대표 라인인 직원들의 은근한 따돌림과 무시, 자신의 손발을 묶고 놓고는 뻔히 보이는 망조의 일에 책임 씌우기 등으로 힘들어하다 결국 퇴사 의사를 밝혔다 하더군요. 당장 다음 주에 출장이 잡혀있고, 마무리해야 하는 일과 인수인계 등을 위해 5월 말까지 근무한다고요. 공표는 했지만 바로 이직할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니 당장 다음 달 월세하며 생활비도 걱정이고, 경력이 끊기면 어쩌나, 이 자리가 기회인데 내가 걷어 차는 건가, 그렇게 버텨 대표 라인이 되면 저들이랑 똑같은 사람이 될 텐데 이건 못 참아 등등 도돌이표 같은 고민이 많았어요. 제가 정말 그 마음 백번 이해하죠.
지금의 전 무언가를 하기 이전에,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중입니다. 우리는 지금의 상황과 문제와 한계를 알고 있어요. 지금 필요한 것은 계획이 아닌, 출구인 듯합니다. 인생이 망한 게 아니라, 진짜 내 삶을 살기 위한 시도인 거죠. 전체 인생을 놓고 볼 때, 이 고통의 조각을 안고 가는 것이 앞으로의 나를 어떻게 살게 할지 생각해 보세요. 내가 살고자 하는 나의 인생에서 지금의 직책, 회사 타이틀, 월급, 사회적 인식 등이 어떤 의미이고 얼마나 비중을 차지하는지 말이죠. 어쩌면 정말 짧은 순간일지도 몰라요. 언젠가 그때 내가 나를 위해 선택한 길이 너무도 잘한 일이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실수와 실패가 가득한 삶이지만, 그래도 잘 살았다고 말이죠. 나쁜 기운의 사람으로부터 탈출해 잘 버텼고, 다시 길을 잘 찾았다고 말이죠.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모든 걸 내려놓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요즘입니다. 이럴 때 챗지피티는 내 마음도 모르고, 퇴사나 전환점의 가능성이 높지만 성급한 충동적 퇴사는 말라더군요. (너무 뻔한 이야기이죠?) 휴식으로 재정비하고, 이직을 구체화하면서 올 하반기나 내년을 노리라고요. 하지만 제가 너무 상처받는 부분을 이해하며(AI가?!) 영혼이 말라버린 저를 위해 “괴로운 곳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선택”이라고 말해주더군요. 이직을 준비하기 전에 감정을 정리하라고요. 그러려면 나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30일 차 글에는 그 내용을 써야겠어요. 오늘은 금요일 밤이니까 여기까지, 매일매일 짧은 글 29일 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