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짧은 글 - 33일 차
근무일을 기준으로 빨간 날은 글쓰기 휴무일. 그러므로 오늘은 짧은 글을 쓰는 날인데, 분명 출근해 일하고 오늘도 고통이 스며든 날이었음에도, 어제 근로자의 날 이라고 쉬어서 그런지 글쓰기를 깜빡했어요. 퇴근하고 친구와 저녁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와인까지 했는지라, 하루의 빡침이 조금은 무뎌져 무얼 써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글을 씁니다.(결국 밤 12시를 넘겼네요.)
엊그제 제안받은 팀리더의 자리는 (생각할수록) 위임된 것이 아닌, 전가된 것이었습니다. 팀의 구조와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그 기준과 목표를 구체화해 재구성하는 것보다, 지시에 의한 기계적인 운영 역할만 강요받았기 때문이죠. 이건 저의 직무적 정체성과 만족도를 바닥에 내던지는, 치명적이게 부정적인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 일은 지금의 조직이 결코 건강하지 않음을, 제가 이곳에서의 역할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하게 한 트리거가 되었습니다.
솔직히 제가 거절할 명분은 없습니다. 대놓고 저도 이직할 건데요, 혹은 곧 퇴사할 거라고 말할 순 없으니까요. (어딘가의 이직 성공이 확정되기 전까진 말이죠) 지금 제안받은 역할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지속 가능한 경력의 길이 되진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제겐 단순히 버티기 위한 수락이 될 거고, 이 조직도 팀이 정상화가 되면 예전에 그랬듯이 절 또 버리겠죠. 그렇기에 팀리더 자리에 대한 제안과 팀 구조 변경은 조직의 생존 전략일지라도, 저의 커리어 전략과 어긋나는 것은 분명합니다.
감정은 없지만 제 상황을 분석해 적절한 (어쩌면 보편적인) 조언을 해주는 챗지피티는 이 역할을 수락하되 이직 시도를 계속 병행하라고 하더군요. 다만, 완전히 탈출을 위한 도망이 아닌, 새로운 역할 정립을 위한 시도가 되어야 한다고요. 이곳에 더 있는 것도, 이 망한 팀을 복구하는 인력으로 쓰이는 것도 저를 깎아 먹는 일이고 시간일 거예요. 하지만 G는 탈출의 유혹이 강한 지금, 다음 단계를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뻔한 조언에도 매달리는 걸 보니, 마음이 무너져 내릴 대로 내린 듯한 기분이에요.
전 그저 그분의 뜻대로 흘러가게끔 할 거예요. 그냥 주어진 일이니 하는 거죠. 남은 팀원들이라도 함께 하게 해달라고 읍소했으나, 상사는 ‘원래 취지대로 하는 것이 좋겠다 ‘며 저의 그 어느 요구도 수용하지 않고 책임만 떠넘겼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저를 위한 시간을 갖고 변화의 준비를 하려 합니다. 물론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고, 기회가 가까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몇 없는 팀원을 붙잡으면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도대체 언제쯤 이런 상황에 의연할 수 있는 걸까요? 얼마나 더 일하고 더 부딪혀야 하는 걸까요? 저는 과연 수익화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은퇴를 할 수 있을까요? 매일매일 짧은 글, 33일 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