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요? 왜 제게…

매일매일 짧은 글 - 35일 차

by Natasha

비바람 속 폭풍 앞에 서 있는 듯한 하루였습니다. 이른 아침 상사가 제게 질문 하나를 메신저로 보냈습니다. 팀리더를 거치지 않은 물음이었고, 대놓고 티 내진 않았지만 업무 지시였습니다. 머릿속에 바로바로 떠오르는 답변이 있었지만 ‘고민해 보고 오전 중에 보고하겠다 ‘고 남겼습니다. 그리고 1시간 반 뒤 간략하게 정리한 보고서를 메일로 보내며 팀리더를 포함한 팀 전원을 참조로 걸었습니다. 그리고 상사에게는 메신저로 상황을 설명하며 추가 설명이 필요하면 부르시라고 남겼습니다. 그렇게 온 답변 “1시간 뒤 내 방으로, A팀장과 B팀장도 함께, 미팅 소집하세요. “


제가요? 이 말이 제일 먼저 떠올랐어요. 전 웬만하면 그냥 합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걸? 눈귀 닫은 상사를 설득하느니, 다른 직원한테 떠넘기고 구구절절 설명하느니, 그렇게 돌고 돌아 엉망이 된 프로젝트의 멱살을 잡고 결국은 내가 맡느니 말이죠. 어떻게든 되게끔 아이템을 만들어 해 보는 데까지 하다 보면 얼추 결과도 그럴싸하게 나오고요. 하지만 도대체 ‘왜 제게?’ 싶은 것들이 종종 있습니다. 윗분들은 저의 가능성을 정말 무한으로 보는 걸까요? 업무의 경계를 두지 않고 저의 성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며, 저의 실력에 대해 얼마나 신뢰하면 이럴까요.


급히 보고서를 만들고, 회의에 불려 가고, 또다시 기획안을 만들면서 여기저기 요청하는 미팅과 업무로 피곤이 극에 달할 때쯤, 팀 동료들과 티타임을 가졌습니다. 정확히는 팀이었던 동료와 아직은 팀이지만 곧 이동할 동료와 확정은 아니지만 오늘 다른 팀으로의 이동을 지원한 동료와 말이죠. 곧 있을 팀과 조직의 변화를 간략하게나마 전하는데, 도통 제 머리는 정리가 안되었어요. 팀리더는 제외되고 남은 팀원 역시 다른 팀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말할수록 웅덩이에 쑥쑥 빠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팀리더의 모욕적인 언사와 불통, 갈등이 가장 큰 문제였고, 그 고통 속에 거의 모든 팀원들이 떠났는데, 이 변화가 몇 달만 빨랐더라면… 모두가 제 자리에서 함께 으샤으샤 일했을 텐데 말이죠.


이 또한 상사의 큰 그림이겠죠. 팀은 모두 해체하고 본인이 그리는 그림을 제가 어떻게든 만들어낼 거라고 믿어주다니, 이 부분은 감사해야 하나요? 어치피 벌어진 일, 더 고민하면 무엇하나요. 지인이 본인의 회사는 합병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 혼란이 우주의 것과 같다면, 저는 단지 지구일 뿐이지만, 모든 건 내 중심이고 난 지구에 사니 지구의 혼란이 우선 골치입니다. 매일매일 짧은 글, 35일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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