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나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별로인가

매일매일 짧은 글 - 43일 차

by Natasha

간단히 저녁을 먹자는 동료의 제안을 뒤로한 채 빠르게 퇴근을 했습니다. 40분 야근했지만, 이 정도는 평범하죠. 집에 오는 내내 너무너무 피곤해 오자마자 바로 소파에 누웠습니다. 2시간쯤 자다 일어나니 정신이 드네요. 오늘 하루 종일 자리에 앉을 시간도 없이 회의와 미팅과 인수인계의 연속이었습니다. 떠나는 자는 왜 이리 말이 많고, 이 판을 짠 사람도 말이 많고, 가장 큰 권력을 쥔 리더도 어쩜 이리도 말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이 모든 게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 감수해야 할 업무의 일환이겠죠.


겨우 정신은 차렸지만 머릿속이 복잡하고 마음이 편치 않아 뭔가 정신 놓고 몰두할 것이 필요해 SNS만 주야장천 봤습니다. 누군가는 이걸로 돈을 버는데, 이렇게 시간만 죽치고 있는 제가 또 마음에 들지 않네요. 돈을 버는 그들도 우리가 일하는 것만큼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으며 하는 것일 텐데 말이죠. 저 감각과 능력과 성실함을 배워야지 하면서, 오늘은 진짜 피곤한데 하루 미룰까 싶었던 브런치 글을 씁니다.


팀리더는 쫓겨나는 듯한 이 상황을 견디기 위해 모든 사람에게 절 앉혔다고 말하고 다닙니다. 물론 그에게는 그런 능력이 있지도 않고, 회사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도 않지요. 하지만 이 조직과 전혀 상관없는 외부 업체에 굳이 저를 세우고 퇴사한다고 메일까지 쓰는 것을 보니, 이것도 그가 살아가는 방식인가 봅니다. 원래 남 탓이 특기였던 그는 이번 퇴사도 탓 시리즈가 많습니다. 조금이나마 씁쓸함을 느꼈던 팀원들도 남은 줄 몰랐던 정마저 다 털렸다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배울 점이 있습니다. 그의 부족한 인성 너머에는 자신의 감정을 다룸에 있어 미성숙한 방어기제가 있다는 것이죠. 본인이 소외되고 있음을 느끼기에 남 탓으로 자신을 위로하고 안심하려 합니다. 자기 확신이 부족해서 남을 깎아내리고 누르고, 이로써 자존감을 방어합니다. 특히 내적 갈등을 외부로 돌리면서 통제감을 회복하려고 합니다. 안 만나면 더 좋았겠지만, 그가 이 팀에 얼마나 암적인 존재였는지 생각하면 소름이 끼치지만, 이런 종류의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정말 사람이 싫어진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그가 떠나니 모든 것이 다 행복일까요? 아니요, 그가 이 팀을 갉아먹고 엉망으로 만들 동안 그대로 방치한 회사의 구조는 여전합니다. 그걸 알았든 몰랐든 상사 역시 마찬가지죠. 맞아요, 회사는 바뀌지 않아요.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가 할 일을 하는 거죠. 그들도 그들의 일을 하듯이, 저도 지금은 저의 일을 하겠습니다. 물론 이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매일매일 짙어집니다. 매일매일 짧은 글, 43일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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