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은 한꺼번에 몰려온다

매일매일 짧은 글 - 44일 차

by Natasha

한동안 지옥굴로 달려가는 열차 꼬리칸에 탄 기분이었는데, 이젠 아예 불구덩이에 빠진 것만 같습니다. 안 좋은 일이 회사에서 개인적인 일로까지 번지네요. 사주나 별자리는 다 괜찮은데, 집의 좋은 기운이 다 한 건지 정말로 일을 빨리 그만둬야 하는지 오만가지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점심을 먹을 시간도 없이 일했습니다. 퇴근 직전, 내일 보고가 잡혀서 자료를 만드느라 1시간 반 야근했네요. 그렇게 집에 오자마자 대충 한 끼를 때우고 눕습니다. 그대로 잠들어 결국 브런치 글도 밤 12시를 넘겨버렸네요.


불행은 한꺼번에 몰려오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많은 이들이 축하보다 위로를 할 때부터 예감했어야 했어요. 얼렁뚱땅 넘겨진 회의에 불려 가 급하게 기획안을 써내며 여러 부서에 협조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 새로 온 상사는 업무 파악을 위해 계속 메신저 알림을 울렸으며, 새로 이동한 팀원의 인수인계와 다시 팀 R&R 정리를 해야 하는 와중에, 또 다른 상사의 “잠깐 보시죠”는 언제나처럼 새로운 업무의 시작이었습니다. 거기에 어제부터 걸려온 불길한 전화는 저의 하루를 온통 뒤흔들었습니다.


이러한 불행은 경직되다 못해 방향성을 상실한 회사의

조직문화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스스로도 또 구성원들끼리 가치 있다고 느끼며 자율적 이면서도 창의적이게 일하려 노력했던 시기도 있었죠. 언젠가부터 권위와 폐쇄, 직원의 부품화가 곳곳에 스며들다 못해 완벽하게 뿌리내리면서, 불행 역시 커졌습니다. 직장인의 삶은 종종 이런 방식으로 조용히 무너집니다.


보통 점심시간이든 업무 짬짬이 마음 맞는 동료와 농담을 나누며 허탈하게 웃기라도 하는데요. 요 며칠은 그럴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더라고요.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 역시 직장인의 불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일의 양 자체가 너무 과도한데, 제게 맡겨진 역할이 팀 리딩과 실무와 신입은 아닌데 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직원에게 인수인계로 업무 만족도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이직하고자 하는 마음만 더 커지네요.


물론 동료들의 지지는 꽤 큰 힘이 됩니다. 점심을 먹지 못하는 제게 간식과 음료를 전해주고, 옆에 앉아 지금의 상황을 들어주며 도움이 되지 못함을 미안해하고. 불행이 한꺼번에 몰려오면서도, 그 사이를 비집고 하루를 견뎌봅니다. 고단함은 풀리지 않지만, 이 밤이 지나고 나면 조금은 회복되어 있기를 바라봅니다. 매일매일 짧은 글, 44일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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