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에 통과하셨습니다

매일매일 짧은 글 - 45일 차

by Natasha

도저히 피곤이 내 몸을, 내 눈꺼풀을 눌러 내려 무엇도 할 수 없는 밤이 되었습니다. 귓가에는 뾰족하면서도 날카로운 소리들이 맴돕니다. 오늘 하루도 너무 힘든 하루였어요. 그래도 괜찮다고, 그냥 해내자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일 마주할 어려움도 부디 별일이 아니길 바라봅니다.


저에게 온 불행은 그 무엇 때문이 아닌, 저의 마음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랫동안 저를, 우리를 힘들게 했던 너무도 나쁜 사람을 정말이지 이렇게까지 싫었던 사람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미워했습니다. 미움이 덩어리가 되어 점점 커졌습니다. 그러한 마음이 너무 힘들어 감정교류를 하지 않겠다고, 거리를 두고 냉소로 지냈습니다. 가끔은 그의 비이성적인 행동에 남들이 비난할 때면, 저도 ‘저 사람은 원래 저런 사람, 인성이 그것밖에 안 되는 사람, 정말 무서운 소시오패스‘라며 툭툭 말을 던졌습니다. 어쩌면 그가 더 비난받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아마, 이 나쁜 마음이 제게 화살이 되어 돌아온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내가 뭐라고 저 사람을 비난하고 미워하고 저주하겠어요. 내 마음속으로 용서하고 마지막 인사를 잘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사실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조금씩 천천히 이 미움의 덩어리를 녹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제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습니다.


오늘은 오전 오후로 너무 부담되고 힘든 회의가 한 건씩 있었고, 회의 내내 떠나겠다는 생각만 들더군요. 점심에는 새로 온 상사와 단 둘이 밥을 먹으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눠야 했고, 중간중간 기획안을 3개 만들었고, 레퍼런스 자료를 모으다 이건 내일로 미루는 동안은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공식적인 퇴근 30분 전(어제는 2시간 반, 오늘은 1시간 반 야근했습니다만) 전화를 한통 받았습니다. “나타샤 님이죠? 지원하신 A 회사입니다. 서류에 통과하셔서 내일 6시까지 인적성검사를 받으셔야 합니다. 이후 결과에 따라 면접이 정해집니다.”


매일매일 짧은 글, 45일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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