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 May 13. 2020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나에게

내가 묻고 내가 답하다

면접을 봤다. 지금까지 면접과는 좀 달랐다. 면접 내내 너무 편하게 tmi를 내뱉었고, 10여 일을 조용히 지나가나 싶더니 2차 임원면접 통보가 왔다.


.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할 것인가
퇴사 이후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정녕 내 길인지, 나를 행복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지 고민을 했다. 하지만 무작정 놀고먹을 수는 없기에 꾸준히 채용공고를 살폈고 심사숙고해서 지원할 곳을 고르고 신중히 자소서와 직무수행계획서를 썼다. 그동안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진절머리 나게 싫어하는지 내뱉으며 브런치 글을 써갔는데, 결국 이 일을 좋아하고 가치 있게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좀 다른 마음가짐으로 일을 해낼 수 있겠다는 결론에 다달았다.

암튼 지원서를 내고 몇 차례 면접을 보았다. 면접관과 1대 1로, 다대 1로, 혹은 다른 지원자들과 다대다 면접을 보면서 깨달은 것은 '내가 인터뷰이면 쟤를 뽑겠다'하는 안목이랄까. 저렇게 눈을 반짝이며 나를 뽑아달라는 마음의 소리가 내게까지 들리도록, 언젠가 내 일을 도울 인턴을 뽑을 때 들었던 것 같은 인사말을 우렁차게 내뱉는 이들을 어찌 응원하지 않으리오.


. 어떤 회사&동료를 택할 것인가
나는? 이상하게 이 직무가 내키지 않은 것인지, 미리 읽어보지 않고 와서 급히 이력서를 뒤적이는 저 아저씨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너의 일자리를 쥐고 있어'라는 눈빛으로  까칠하게 질문을 날리며 머리카락을 베베 꼬는 여자가 짜증이 나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왜 이 자리를 뽑는 것인지, 조직에서 미션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pr에 대한 방향성은 어떠한지 질문을 쏟아냈다. 당신만 나를 면접하는 게 아니라 나도 이 자리를, 이 조직을 면접하는 것이라고 자존심을 세웠나 보다. 면접을 보는 지원자들에게는 면접관이 회사에 대한 이미지이고 앞으로 다닐지도 모를 회사 동료인데, 이토록 매력이 없는 회사에 내가 왜 지원을 하고 면접을 보고 앉아있을까 한탄스러웠다.

물론 신기하게도 면접을 보고 나면 이 채용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합격자 발표도 없이 채용공고가 사라지는 경우가 너무도 잦아서, 내가 그런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도 들었다. 그렇게 2019년을 보냈다. 그리고 한 해를 마무리하기 직전, 또다시 면접을 보았다.

다대다의 면접을 예상했는데 1차 면접은 실무자와의 1:1이었다. 책상에 함께 앉아 편하게 얘기를 시작하니 면접이라기 보단 업무 미팅 같았다고 할까? 예전 회사의 사수 같은 느낌도 들어 수다 삼매경에 빠졌는데, 면접이 끝나고 나서야 엄청난 tmi였음에 자학을 시작했다. 전문성 떨어져 보이게 팔푼이처럼 떠들고 나오다니... 차라리 할 말 다하고 나왔다 생각하니 통과하지 않는다면 나랑 맞지 않는 곳이려니 하기로 했다. 그리고 10여 일 후 2차 면접을 보자는 연락이 왔다.


. 그래서, 지금 어떠한가

신중히 생각하고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매번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회사는 회사일뿐이라는 삭막한 결과 속에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매일같이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출근 중이다. 코로나로 한 달여 기간을 재택과 간헐적 근무로 그나마 보낸 덕분에(;) 지금까지는 겨우 버텼으나 앞으로의 나는 또 모르겠다는. 적성 찾기는 끝나지 않았으나 나름 힘겹게 옮겼으니, 이런 날 위해 6개월-1년은 버텨보려한다. 이 끝나지 않는 적성 찾기, 앞으로의 삶을 동행할 나의 일은 어떻게 될 것인가. 누가 좀 알려주면 좋겠다(만 이 또한 어차피 내가 선택하고 결정할 것이고 또 실수라며 자괴감에 빠지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이직했습니다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