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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Oct 30. 2019

즐거운 것은 돈이 안 되나요?

즐거운 것은 돈이 안 되나요?


반자발적 퇴사 3개월 차, 지난 1월 나의 미래를 예견하고 6개월짜리 적금을 들었는데 퇴사와 함께 만기 된 적금과 감사히 구직활동을 지원하는 실업급여로 아직까지 살만한 삶을 살면서 오롯이 내가 즐거운 것-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이것저것 만들기도 하고 가끔은 영상작업 등-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실업인정을 받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구직활동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지만, 꼭 이것 때문만은 아닌 것이 언제까지 이렇게 내가 즐거운 것만 하며 수입 없이 지출만 하는 삶은 살 수 없기에 일을 해야긴 하고해서 채용정보에 무심할 수만은 없다.


지금껏 내가 해온 일에 대해 가끔은 재미와 가치를 느끼고(재미와 가치로 포장하는 것도 없지 않지만, 이것이라도 없으면 삶이 너무 하니까...) 나에 대한 평가와 성과에 대한 보상 등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느끼지만 이 일을 다시 하겠냐고 묻는다면 몸서리를 치며 이제는 싫다, 고 말한다. 그 정도로 싫은 걸까, 아니 다시 생각해보면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내가 해온 일들이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나 즐거움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어떻게 사람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 하고 싶은 것을 위해 어느 정도는 포기하고 사는 거지, 일과 취미는 분명 달라, 좋아하는 것은 일로 하면 안 돼 등등 다양한 조언이 있겠지만 정말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할 수는 없는 걸까.


좋아하는 즐거운 것이 일이 되었을 때, 결국 돈을 벌기 위한 일로서 오는 스트레스와 성과에 대한 부담 때문에 일이 될 수 없는 걸까. 그렇다면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함으로써 얻는 스트레스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얻는 스트레스를 선택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사실 지금의 나에게는 스트레스 이전에, 좋아하는 즐거운 것을 일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 바로 전문성이다. 그리고 그것을 일로 풀어낼 통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싶은 불안감. 남들이 어떻게 보는가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남들이 부러워하는(이 기준은 모르겠다) 좋은 직장에서 월급 꼬박꼬박 받으며(연봉=업무의 강도이지 않을까?) 미래를 위해 적금도 들고(주식 잘하는 사람 신기함) 정퇴해서 요가 스튜디오와 화실을 다니며 자기 계발을 하는 멋진 삶을 사는 이의 눈에는 내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떤 삶도 정답은 없는 거니까... (물론 수십 년 장기근속으로 일 하는 이들을 존경한다.)


삶이 곤궁한데 어떻게 재미있는 것을 찾냐며 어쩌면 아직 살만하니 이런 소리를 한다고들 할지 모르겠다. (모아둔 돈을 다 쓰고 실업급여까지 끝났는데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나도 이런 소리를 할 것 같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이런 쉼의 시간에 고민할 첫 번째 문제임은 분명하다. 지금껏 해온 즐겁지 않은 일을 그대로 계속한다면 앞으로의 나는 어떨 것인가. 내년 바로 이 시점에 또다시 고민하고 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꾸준히 즐거운 일을 하는 것이다. 내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이 즐거운 일의 결과물이 쌓이고 쌓여 새로운 일의 토대가 되면 더욱이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지금의 내가 선택해야 할 최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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