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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Nov 01. 2019

사실 전 핵아웃싸, 내성적이에요.

사실 전 핵아웃싸, 내성적이에요.


십수 년 PR인으로 살면서 매우 다양한 인간관계를 가져왔다. 문화예술과 관련 분야였던 만큼 세상 신기한 이들도 많고 여느 곳이나 마찬가지로 돌아이 질량 보존의 법칙도 확인해왔다. 그 속에서 난 아마 만나온 사람들 기억 속에 분명 밝고 외향적이며 가끔은 웃긴(이건 전혀 내가 의도하는 방향은 아니지만;;) 인싸 홍보담당자로, 선배 혹은 후배로, 그리고 친구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매번 강조하건대 난 내성적인 사람이다.


내성적인 것과 내향/외향적인 것의 전문적이고 분석적인 차이점은 모르겠다. 내가 정확히 몇 퍼센트의 비중으로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당신 앞에서 자신감 넘치고 긍정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이가 사실은 엄청난 낯가림과 관계를 두려워하는 핵아웃싸라는 것이다. 오랜만에 자기소개서를 다시금 써보면서 내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과연 진짜인 것인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PR이라는 것이 공중과의 상호호혜적 관계를 위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 배우고 대학원 1학기 시험에서도 똑디 외워 썼지만, 실상은 상호호혜적 관계를 위해 내가 얼마나 을 <병 <정의 위치에 놓여야 하는지, 나는 그저 중간에서 다수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열어놓고 나의 24시간을 내주어야 하는지를 겪다 보면 이론과 실제는 큰 차이가 있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언젠가 우스갯소리로 PR하는 여자는 만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만났을 때는 어색한 분위기가 있을 틈도 없이 세상 재미있는 이야기를 줄줄이 꿰며 상대방의 이야기에 맞장구도 잘 쳐주고 경청의 자세에 호감 100%인데 알고 보니 그것은 철저히 업무 가면을 쓴, 친절 콤플렉스로 가득 찬 것이더라~ 전화 통화할 땐 솔 음을 유지하며 세상 친절한데 전화를 끊는 순간 표정이 바뀌며 차갑고 퉁명스러운 저음으로 샹욕으로 한다는 것이다. 어멋, 아니라고 부정을 못하겠어....


물론 내가 앞뒤가 다르다거나 거짓부렁의 존재라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나를 감춰야 하는 일도 많고 내 감정보다는 상대방의 상황과 감정에 공감하며 커뮤니케이션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많았던 것 같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고 강조하곤 했는데, 지금 나의 커뮤니케이션은 진정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어쩌면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잘하지만 정작 내 마음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엉망이었던 것은 아닐까. 핵아웃싸, 내성적인 나를 다독여주고 챙겨줄 시간 없이 너무 몰아세웠던 것은 아닐까.


퇴사 후 적성을 찾다가 내면 들여다보기를 하고 있다. 다시 PR인으로 돌아갈 확률이 너무도 높지만 아마 그때는 지금까지와는 좀 다르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리고 인생에 있어서 직업이라는 게 3번의 변화가 있다고 한다면, 난 이제 시작이었음에 다음 단계를 좀 일찍 고민해두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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