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걸리고 말았다.

by 민정애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다.

이틀 전부터 남편의 눈에 열감이 있어 보였다. 혹시나 싶어 자가진단키트로 검 해 보았다. 코로나 양성이 나온다. 한 집에 살고 있는 친정 엄마와 나도 혹시나 싶어 진단키트로 검사를 하니 다행히 둘은 음성으로 나온다. 그때부터 방도 따로 쓰고, 식기 소독하고, 집안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식사도 따로 했지만 이틀 후에 엄마와 나도 미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보건소에 가서 PCR 검사를 하니 세 식구 모두 코로나에 감염되었다. 무엇보다 94세나 되신 친정엄마가 걱정이다.

보건소에서 지정해 준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약 먹으며 격리 생활이 시작되었다. 6.25 전쟁 당시 중공군이 미군 포로를 상대로 실험을 했다고 한다. 사람이 혼자 방 안에 갇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먹을 것만 먹고 며칠을 버틸 수 있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그 결과 3일을 못 버틴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의 격리 기간은 7일이다. 7일 동안 나의 사회생활은 정지다. 물론 집 밖에만 못 나갈 뿐이지 할 일은 할 수 있다. 우선 약 잘 챙겨 먹으며 할 일을 한다. 남편과 두 식구만 살았다면 엄살도 좀 떨었을 텐데 친정 엄마가 계시니 나의 할 일을 남편에게 미룰 수가 없다. 엄마께 시간 맞추어 식사 준비해 드리고 약 챙겨 드리다 보니 나의 증상은 견딜 만했다.

3일밖에 못 견딘다는 포로는 할 일이 없었고 나는 할 일이 있었다. 그것이 나를 견디게 한 힘이다. 나도 누가 환자라고 떠받들어 주었다면 아마 아직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격리 기간 동안 아픈 날도 나의 루틴인 피아노 연주하기, 책 읽기, 글쓰기, 밥 하기, 운동하기, 음악 듣기, 영어 공부하기, 등을 실천했다. 물론 많이 아프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죽을 만큼 아프지 않은 한 루틴은 실천할 생각이다. 루틴이 하루하루 쌓여 나의 삶의 뼈대를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몇 년 전에 우리나라에서 강연한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만든 기술이 신의 경지에 이르러 모든 전염병이 퇴치되었고, 전쟁에서도 자유로워졌다고 말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후 코로나가 전 세계를 마비시켰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세계적인 석학의 자만심도 자연의 이치 앞에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지 아니한가? 한 치 앞을 모르는 혼돈의 시대에 묵묵히 하루하루 소박한 삶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를 기도한다.

어제로 격리기간이 끝났다. 다행히 세 식구 모두 완치되어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무 거리낌 없이 일상생활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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