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어린 왕자’

by 민정애

요즈음 수업 시간이 점점 재미를 더해간다. 내가 노인 복지관에서 맡고 있는 글쓰기 수업은 일주일에 한 편의 수필을 써서 발표하고 서로 합평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매주 발전되는 글들을 보며 서로서로 격려하며 많은 것을 배운다.

평범한 일상에서 새로운 소재를 찾아 매주 글을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남다른 눈으로 글감을 찾는 일, 그 글에 나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일, 모두 많은 시간과 생각을 요하는 일이다. 그런 시간을 견디며 자신을 성찰하게 되고 창작의 기쁨도 누리게 된다.

자신의 꿈을 뒤로한 채 가족을 위해 평생을 바친 어른들이 늦게나마 진정한 자신을 만나기 위해 글을 쓰려는 마음은 무엇과도 비교 불가한 고귀한 일이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 편의 글을 써야 하니 훈련이 되지 않은 분들은 소재의 발굴이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주에는 우리 반에서 제일 고령이신 83세의 전 선생님의 글이 우리의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펴게 해 주었다.

제목은 ‘우주 주거지 흑당’이다. 흑당은 본인의 ‘호’에서 따왔단다. 내용은 우주의 주거지 흑당을 본인이 직접 국제적인 투자회사로부터 투자받아 건설하고 분양한다는 내용이다. 처음 글을 발표할 때는 황당한 내용이라 어리둥절했는데 그분이 공부한 물리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그동안에 읽으신 과학책에서의 인용은 우리를 이미 우주로 데려가기에 충분했다.


83세의 어른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동안의 수많은 독서량과 어린아이 같은 상상력과 호기심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철학자, 과학자, 예술가들의 화두는 ‘어떻게 내 안의 아이를 다시금 살아나게 할 수 있을까?’라고 한다. 노벨 생리학상을 받은 조지 월드는 다섯 살 꼬마와 우주학이나 자연사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할 때 어른과의 대화에서 얻을 수 없는 지적인 자극을 받는다고 했다. 아마 모르긴 해도 우주 주거지를 분양하는 글을 쓰신 선생님도 어린아이 같은 상상력과 호기심이 동원됐을 것이다. 상상력과 호기심을 과학으로 증명을 해 놓으니 이의를 달 수가 없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있을법한 일이란 것에 동의한다.

우리는 같은 수필 교실 회원이란 특권으로 0순위 분양권을 달라고 부탁하며 한바탕 웃었다. 선생님께서는 그 분양권 얘기는 짜장면 집에 가서 하자며 점심 제안을 하셨다. 우리는 짜장면을 맛있게 먹으며 우주로의 이주를 상상하며 모두 ‘어린 왕자’가 되었다.

본인의 글을 발표하며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 웃음 오랫동안 간직하시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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