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나의 ‘인디언 써머’ 기간

by 민정애

75세인 큰 언니와 통화한다.

언니가 하는 말,


‘생각해 보니 내 인생을 살아볼 겨를도 없이 노년으로 바로 넘어온 것 같다.

정말 내 인생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그렇지 언니, 나도 그래 5,60 대 없이 70으로 건너뛴 느낌이야,

어느 시인이 말했어, 사람은 오랜 세월에 걸쳐 나이 들지 않고,

어느 한순간 문득 나이가 든다고, 그 말이 딱 맞아.


‘그래 너도 그러니, 나는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정말 인생이 허무하다.’


언니는 요즘 형부의 병시중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언니 역시 유난히 힘든 갱년기를 보냈고, 불면증, 관절염 등 여러 노인성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다.

자녀들 잘 키워 내 보내고 두 부부가 오붓이 평화로운 노년을 보내는가 싶을 때 형부가 암 진단을 받았다. 코로나 기간이라 마음 놓고 병문안도 못 가는 형편이고, 또 멀리 떨어져 살다 보니 마음처럼 언니의 아픔을 나눌 수가 없다. 언니 혼자 힘겹게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맛있는 음식이라도 같이 나눌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런 소소한 일상도 같이 보낼 수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언니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한다. 언젠가 나에게도 닥칠 일 아닌가, 아니 그러고 보니 이미 닥쳐있다. 남편도 70대 중반을 향해가고 나도 여기저기 삐걱거린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따라 약해지기 마련이다. 자식이 있고 가족이 있어도 나에게 닥치는 일은 내가 오롯이 견뎌내야 한다. 질병은 ‘장수하는 사람이 치러야 하는 대가’라고 하는 말에 위로받으며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의 루틴을 실행한다.


노인 전문 정신과 의사인 ‘와다 히데키’ 박사의 저서 ‘70세가 노화의 갈림길’이라는 책에 이렇게 적혀있다.

"70대는 인생의 갈림길,

70대는 건강 수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70대를 어떻게 보내는 가에 따라 80 이후 인생이 달라진다 한다. 마음이 젊고 여러 가지 일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은 오랫동안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70대에 익힌 습관이 이후의 삶을 구한다.

70대의 습관이 80 이후에도 계속 유지되기 때문이다.

의욕 저하는 전두엽의 노화가 원인, 전두엽의 노화를 막기 위해서는 단조로운 생활에서 벗어나 변화가 있는 생활을 해야 한다. "


‘인디언 써머’라는 단어가 있다. 북미 대륙에 늦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기 직전 일주일 정도 따뜻한 날이 이어지는데 이런 기후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원주민인 인디언들은 이 시기를 겨울이 시작되기 직전에 신이 내려주는 축복이라 생각하고 겨울 양식을 추수하는 데 이 특별한 기회를 활용했다 한다.

지금 내 나이 70, 나의 ‘인디언 써머’ 기간임이 분명하다. 아직은 무엇이라도 하고 싶은 의욕이 있는 나. 이 시기에 부지런히 좋은 습관 만들어 다가오는 인생의 겨울을 편안하게 맞이하길 기원한다.


나는 58세 때 심장 판막 수술을 받았다. 그 큰 수술을 받고도 살아남았다. 그 후 내 몸을 움직여 일할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깨달았다. 질병의 경험이 나에게 겸손을 가르쳐 주었고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해 주었고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등 나를 성장시켰다.


언니도 아직은 ‘인디언 써머’ 기간임을 깨닫고 지금까지 크게 아프지 않았던 삶에 감사하며 형부와 하루하루 평안한 노년을 맞이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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