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마치고 레몬수 한 잔을 마신다.
땀을 흘리고 마시는 물 한 잔은 근력운동으로 달궈진 나의 몸을 식혀 주기에 충분하다.
그동안 운동을 한다고 했지만 내 나이에 생길 수 있는 질환은 피하지 못했다. 골다공증도 있고, 혈압약도 복용하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다나카 나츠의 "기적의 근력운동"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에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9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활기차고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는 그분의 이야기는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도전으로 PT를 받기로 했다.
그동안 요가와 한국무용을 통해 꾸준히 몸을 단련해 왔기에 근력 운동도 쉬울 것이라 생각했다. PT를 시작한 첫날,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70이 넘어 근육을 늘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첫날 자고 나니 요가와 무용에서 사용하지 않던 근육들이 일제히 반란을 일으키는 듯 고통스러웠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동시에 그동안 사용하지 않던 근육들을 활성화시킬 수 있겠다는 희망도 생겼다.
땀을 흘리며 고통을 참아가던 그 순간들이 지나고 나면, 근육들이 조금씩 강화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어려운 동작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지만, 꾸준히 노력한 끝에 조금씩 그것들을 해내는 자신을 발견할 때의 성취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어느덧 두 달째로 접어들었다. 오늘은 또 한 단계 더 높은 강도의 운동을 시작했다. 발목에 1킬로그램짜리 모래주머니를 차고 누어서 허벅지 힘으로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며 허벅지 근육을 단련하는 운동이다. 처음에는 모래주머니 차지 않고 시작해서 그다음 500g짜리를 차고 했고, 오늘은 1kg이다. 횟수도 처음 10번씩에서 50번까지 왔다. 그다음 러닝머신에서 뒤로 걷기, 사이클, 밴드운동 등으로 많이 힘들지만 하고 나면 성취감으로 뿌듯하다. 그 성취감은 나를 꾸준히 운동하게 만들 거고, 점차 내 몸은 변화할 것이다. 이제 한 달 남짓 했는데 내가 느끼기도 근력이 많이 좋아졌다. 며칠 전 지방 강연 때 청중들로부터 나이에 비해 자세가 좋다는 칭찬도 들었다. 우리의 몸은 우리가 얼마나 애정을 쏟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동안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공부를 통해 지식이나 지혜의 지평이 조금씩이나마 넓어지는 기쁨을 얻었다면 이 번에는 힘 닫는 데까지 운동을 하며 육체의 한계를 확장하고 '지금의 나를 넘어선 나'를 만나고 싶다.
'자성반성 성덕명심 도덕경의 말씀에서 배운 '학행일치 영육합덕(學行一致 靈肉合德)'이란 말씀이 떠오른다.
"배움과 실천이 일치하고, 영혼과 육체가 덕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인간이 학문을 통해 배운 것을 실제 생활에서 실천하며, 정신과 육체 모두가 덕을 지향하는 조화로운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가 아무리 학문이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 해도 육체가 건강치 못하면 그 높은 학문도 펼칠 수가 없다.
운동을 하다 보면 힘든 순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든다. 어려움을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사랑이라 믿는다. 운동을 사랑하게 되면 인내하며 경지에 오를 수 있으리라. 더불어 나의 마음도 고요함을 지속할 수 있도록 닦아서 영육합덕을 이루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