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동안 꾸준히 독학하고 있는 재즈 피아노에 재미가 붙었다.
아침 식사 후 모든 집안일을 미룬 채 피아노 앞에 앉는다. 은연중에 루틴이 되었다. 그날그날 손에 잡히는 악보집을 펼쳐 연주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깨가 아파오지만 한곡만 더 한곡만 더 하면서 쉽게 멈추지 못한다. 나는 이 시간이 너무 좋다. 내 손으로 내가 좋아하는 곡을 골라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더욱 뿌듯한 것은 독학으로 내가 즐길 수 있는 실력이 됐다는 것이다. 나의 실력은 독학이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검증받은 적은 없다. 물론 재즈 즉흥 연주도 못한다. 그러나 악보만 있으면 어떤 장르든 초견에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코드 반주 기법으로 하기 때문에 코드를 외우고 멜로디만 읽을 수 있으면 어떤 노래든 반주가 가능하다. 영화음악, 팝송, 가요(왈츠, 발라드, 슬로우, 고고, 슬로우 고고, 스윙, 블루스, 탱고, 슬로우 롹, 소울, 보사노바, 비긴, 룸바, 트로트 등)등을 연주하며 그 음악에 빠져든다. 피아노를 치며 느끼는 것은 8 음계(도레미파솔라시도)를 가지고 어쩌면 이렇게 많은 곡을 만들 수 있을까 라는 경이로움. 새삼 작곡가들의 천재성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요즘 나의 음악에 대한 관심이 한 폭 넓어진 걸 느낀다.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졌던 고전음악에도 관심이 가니 말이다. 하루에 한곡씩 고전음악을 듣는 것도 나의 일과에 포함시켰다. 그동안은 피아노 소나타 위주로 들었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듣다가 드비쉬에 '달빛'도 알게 되는 행복.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듣다가 드뷔시의 '비 오는 정원'도 거닐어 볼 수 있게 되고, 임윤찬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리스트의 '초절기교', 라흐마니노프까지 알게 되는 이 기쁨, 이렇게 음악의 지평을 넓혀갈 수 있는 환희를 어떻게 말로 표현할까?
며칠 전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아들인 kbs교향악단의 팀파니 수석 연주자의 차를 잠깐 얻어 탄 적이 있다. 그 일을 계기로 팀파니라는 악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동안은 오케스트라의 팀파니 역할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저 뒤에 서 있다가 자기 차례가 되면 잠깐 북을 둥둥 두드리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타악기는 멜로디가 없기 때문에 배우기 제일 쉬운 악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SNS를 탐색해 팀파니에 대한 공부를 해 보았다.
"팀파니는 음정이 있는 타악기기 때문에 리듬은 물론 화성적 부분까지 담당한다.
팀파니스트는 오케스트라에서 화음의 저변을 받쳐주고 리듬을 통해 음악의 빼대를 심어주는 사람이다.
팀파니스트를 제2의 지휘자라고 하는데 이건 팀파니스트가 템포를 결정하고 리듬이 빨라지거나 느려지지 않도록 뒤에서 받침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듣는 사람은 의식하지 못하겠지만 만약 팀파니가 빠진다면 음악은 빼대 와 받침 없이 공중에 붕 떠있게 된다. 팀파니스트는 연주하지 않을 때도 쉬지 못한다. 음정이 있는 악기이기 때문에 조가 바뀔 때마다 수시로 조율해야 한다. 그러므로 정확한 음을 찾아내는 예민한 귀를 가져야 한다. 팀파니스트가 되려면 음악대학에서 타악기 모두를 마스터한 다음 전문 연주자로 나설 때 팀파니와 다른 타악기 중 고르게 된다.' <진회숙의 클래식노트 참조>
이렇게 중요한 악기를 어린 악대에서 큰북을 둥둥 치는 정도로 생각한 자신이 그저 민망할 뿐이다.
아는 만큼 보인 다고 했던가! 팀파니를 계기로 심포니 오케스트라에도 관심을 가지고 들어보고 싶다. 팀파니 협주곡부터 찾아 (그동안은 팀파니 협주곡이 있는지 조차 몰랐다.)한 발 한 발 음악 속으로 여행하고 싶다. 끝이 없는 무한한 세계로의 여행, 죽는 날까지 들어도 다 듣지 못하고 다 알지 못하는 방대한 음악세계로의 여행, 이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가? 재즈피아노라는 가벼운 음악으로 시작했지만 음악의 뿌리인 고전음악까지 알아보고 싶다. 그날 우리 합창단원의 멋진 아들 kbs고향악단의 팀파니 수석연주자 이 원석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이 좋은 걸 모르고 죽을 뻔했다. 참 다행한 일이다.
팀파니는 음정이 있는 악기이기 때문에 조가 바뀔 때마다 악기에 귀를 대고 조율해야 한다. <조율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