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 사랑
감독;에이슬링 월시
모드; 샐리 호킨스
에버럿; 에단 호크
애잔하고 가슴 찡한 영화 한 편 보았다.
신존 인물인 캐나다의 화가 모드 루이스의 생을 다룬 영화다.
캐나다 동남부의 노바스코샤 마샬 타운이라는 작은 마을 외딴곳이 영화의 배경이다.
모드는 선천적으로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고 있어 거동이 불편하다.
부모님 돌아가시고 하나뿐인 오빠가 부모님 집을 처분하고 숙모 집에 짐짝처럼 맡겨졌다. 숙모의 냉대를 당하며 살던 중 자립하기로 결심하고 집을 나온다.
에버럿 역시 고아원 출신으로 문맹에다 사회성도 없이 혼자 생선 잡아 팔고 고물 주워 팔며 누추한 시골 외딴집에서 산다.
혼자 살던 에버럿이 상점 주인에게 부탁해 가정부 구한다는 광고를 낸다.
여자를 구한다고 쓸 수 없어 가정부를 구한다고 한 것이다.
운명처럼 둘은 만났지만 에버럿은 모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심지어 모드의 서열을 자기가 키우는 개, 닭 다음이라는 말까지 한다.
너무 서럽지만 개의치 않고 에버럿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한다.
상점에서 만난 숙모는 사람들이 모드가 에버렛의 성노예로 산다고 수근거린다는 말을 모드에게 한다.
모드는 그 말에 마음이 아프다.
모드가 에버럿의 친구 앞에서 같이 산다는 말을 하는 순간 에버럿이 모드의 뺨을 갈긴다.
그 난감한 순간에 집으로 들어와 구석에 있던 페인트 통을 찾아 손가락으로 벽에 그림을 그린다.
그렇게 시작한 그림, 모드는 에버럿의 냉대에 굴하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한다.
벽, 창문, 버려진 판자 위에 꽃, 새, 등을 그리며 마음의 위안을 찾는다.
생선 값의 착오로 에버럿의 집을 찾은 뉴욕에서 온 산드라가 모드의 그림을 발견하고 관심을 갖는다.
에버렛은 그림에 몰두하는 모드가 못마땅하다.
그림을 그린다고 집안일을 소홀히 하지 말라고 다그친다.
그러나 산드라에게 그림을 팔면서 에버럿은 집안일을 돕기 시작한다.
모드는 산드라에 의해 매스컴을 타게 되고 그림을 사려는 사람들로 조용했던 모드의 집이 북적거리게 된다.
매스컴에 나오고 난 후 사람들의 관심에 혼란을 느낀 에버럿은 모드에게 떠나라며 소리친다. 에버럿의 분노를 이기지 못해 집을 나와 산드라의 집에서 머무른다. 그림을 가르쳐 달라는 산드라에게
‘그건 아무도 못 가르쳐요. 그리고 싶으면 그리는 거죠.
외출을 안 해서 기억에 있는 장면을 그려요. 만들어 내는 거죠.
전 바라는 게 별로 없어요, 붓 한 자루만 있으면 아무래도 좋아요,
창문, 창문을 좋아해요, 지나가는 새, 꿀벌, 매번 달라요,
내 인생 전부가 이미 액자 속에 있어요.’
라고 대답한다.
며칠 후 산드라의 집으로 에버럿이 모드를 찾아온다.
둘이 흔들 그네에 앉아 대화한다.
내가 뽑은 이 영화의 명장면이다.
구름을 바라보라는 모드에게
에버렛이 대답한다.
“구름은 안 보이는데 당신은 잘 보여.”
“나한테 뭐가 보이는데”
“내 아내가 보여, 처음부터 그랬어, 날 떠나지 마.”
당신은 나 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니까,
모드가 대답한다.
“개 보단 났지. 내가 왜 떠나, 당신과 있으면 바랄 게 없어.”
개 닭 다음이라는 서열이 그때까지도 가슴에 박혀 있었던 모양이다.
또 한 군데의 명장면은 마지막 장면이다.
병실에 있는 모드에게 에버럿이 말한다.
“왜 당신을 부족한 사람이라 생각했을까?”
모드가 대답한다.
“난 사랑받았어. 난 사랑받았어.”
그 말을 한 다음 모드가 숨을 거둔다.
마지막 내레이션이다.
“내 인생 전부가 이미 액자 속에 있어요, 바로 저기.”
영화가 끝나고 먹먹한 가슴으로 생각에 잠긴다.
혼자 사는 것에 익숙했던 두 사람이 서로에게 다가가며 깊은 사랑에 이르게 되는
애잔하고 가슴 찡한 영화다.
상대에게 바라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사랑.
서툴고 어색한 사랑이지만 진실한 사랑,
우리의 잣대로 보면 부족한 사람들 같지만,
누구보다 충만한 사랑을 주고받은 사랑,
이 영화는 여성 감독답게 연출이 디테일하다.
에버럿이 모드가 끓인 닭고기 수프를 먹고 모드를 대하는 태도가
약간 달라지는 표정,
그림이 팔리고부터 에버럿이 집안일을 도와주고 또 그때까지 다리가 불편해도
걸어 다니게 내버려 뒀던 모드를 손수레에 태워주는 장면, 을 보면서 ‘그래 저게 인간이야’
라고 느낀 건 나뿐일까? 이런 장면들은 여성 연출자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장면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또 중요한 한 가지.
만약 주인공 모드가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면 얼마나 삭막한 인생길을 걸어야 했을까?
다행히 예술이 채워준 그의 인생은 누구보다 풍요로웠다.
좋아하는 예술과 함께 걸어가는 인생은 자신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임이 틀림없다.
캐나다 시골의 사계절 아름다운 자연풍경 감상은 보너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