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당신께

by 민정애

사랑하는 당신께

당신이 허락해 준 한 달이 다 되어 갑니다.

그동안 새로운 캐나다 친구들도 사귀고 애들 밥도 실컷 해 주었고요.

지금은 연기 신청한 세혁이 여권 찾으러 다운타운에 있는 영사관에 왔다가 밴쿠버의 아름다운 해변가에 위치한 팬 퍼시픽 호텔 전망대에 혼자 앉았습니다.

해변 북쪽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산들은 5월 말인데도 머리에 흰 눈을 녹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 시선을 위에서부터 수직으로 내려 봅니다.

언제나 넓은 가슴으로 나의 모든 것을 포용해 주는 당신처럼 푸근한 숲이 싱그러운 가슴을 활짝 열어 놓았습니다.

그 밑으로는 숲 속에 파묻힌 아름다운 동네에 가지각색의 꽃과 나무들이 해변에서 불어오는 실바람과 애무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요란한 기계음이 들려 그리로 시선을 옮겨 봅니다. 하늘에서 마치 물새처럼 날던 수륙 양용 경비행기가 물 위로 내려앉아 뽀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옆에는 ‘스타 프린세스’라고 쓰인 알래스카행 크루즈가 손님들을 태우고 있습니다.

배 위에 크고 작은 수영장들이 보이고 객실의 침실 베란다마다 펼쳐 놓은 색색의 비취 파라솔이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호텔 앞에 서 있는 빨간 유럽식 버스는 시내 관광할 손님을 태우고 있습니다.

나 혼자 한 번 타 볼까 생각하다가 다음에 당신과 함께 타기로 아껴 두었습니다.

여보!

때로 인생살이가 힘들고 사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우리 함께 출발 종이 땡 땡 울리는 저 빨간 버스를 타고 우리가 함께 살아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새삼 느껴 봅시다.(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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