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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내 Dec 31. 2020

어린이의 마음

눈이 와도 즐겁다

퇴근 무렵부터 눈이 오기 시작했다. 집에 갈 생각을 하니 한숨부터 나온다. 눈, 비 오는 날은 차도 막히고, 앞이 잘 안 보여서 무섭다. 언제 사고가 날 지 모른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차를 몰았다. 평소보다 퇴근길이 더 길게 느껴진다. 지하주차장에도 차들이 빼곡하다. 간신히 주차를 하고 집으로 올라갔다. 출발 전에 배달 주문해 놓은 떡볶이가 도착해 가족들이 먹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 오지 않았다. 배달 기사님이 안전하게 와주시길 기도했다.


어렸을 때에는 누가 "어느 계절이 좋아?"하고 물으면 주저하지 않고 "겨울!"이라고 답했다. 크리스마스와 내 생일이 겨울에 있었기 때문에 그냥 좋았다. 지금은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더워서 싫다. 봄과 가을이 좋다. 예쁜 벚꽃과 단풍이 있어서다. 어릴 때는 눈이 오면 눈사람 만들고 눈싸움하고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다. 이제는 눈과 비가 오면 자연스레 걱정과 짜증이 앞선다. 행여 교통사고 날까 봐 마음을 졸인다. 우산 챙기는 것도 귀찮다. 마냥 좋았던 것들이 지금은 아니다.

2020.12.30 수요일 오전

강아지는 언제나 어린이다. 눈이 와도 즐거운지 신이 났다. 희망이는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보다 체력이 많이 약해졌다. 산책 갔다 오면 잔다. '개린이, 개춘기, 개르신' 때때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여전히 마음만은 어린이다. 사람은 크면서 취향이 바뀌는데 우리 애(개)들은 항상 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개린이'(개와 어린이의 합성어) '개춘기'(개와 사춘기의 합성어) '개르신'(개와 어르신의 합성어)


연말이다. 올 한 해가 가는구나, 또 한 살 나이 먹는구나, 시간의 흐름을 더 민감하게 느끼는 시기다. 요즘은 공자의 '삼십이립(三十而立)'이란 말을 마음에 되새기고 있다. 나는 어떤 뜻을 세울 것인가 고민하면서, 한편으로 눈이 오면 마냥 신났던 어린이로 돌아가고 싶다. (철들려면 멀었다.)


'삼십이립(三十而立)'
서른 살이 되어 자립한다는 뜻으로, 학문이나 견식이 일가를 이루어 도덕 상으로 흔들리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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