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감사합니다!
양력 1월 8일은 내 생일이다. 나이가 먹을수록 그냥 조용히 넘어가고 싶은 날이다. 어릴 때에는 생일 선물을 기대하는 재미로 생일을 기다렸다면, 지금은 '또 한 살 늘어나는구나' 약간 체념하는 마음이다. 동시에 잊지 않고 축하해주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하고 사랑받는 느낌이 든다.
아침은 할아버지의 카톡 메시지를 보며 시작했다.
[할아버지] [오전 5:52] 세상에 태어남을 축하해. 외 할아버지가.
며칠 전 이모는 카톡으로 떡 케이크를 보내줬다. 늦게 도착할 까 봐 미리 보냈다는데 다행히 날짜에 딱 맞춰 도착했다. 저녁에 가족들과 맛있게 나눠먹었다. 엄마와 똑 닮았는데 더 다정다감한 이모다.
[이모] 예쁘고 똑똑하게 잘 자라줘서 넘 고마운 울조카, 생일 축하해~
너랑 63빌딩 피자, 아웃백 외식 했던 기억들이 이리 선명한데 언제 이리 큰건지...
오늘 가족과 더욱 행복한 시간 보내고~~
이모는 신생아실에서 나를 처음 봤을 때를 자주 이야기한다. 그곳에 있는 아기들 중에 제일 예뻤다고. 주변 사람들이 인형처럼 생겼다고 해서 으쓱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이모의 조카 사랑이 느껴진다.
아침에 일이 바쁜 엄마는 미역국을 못 끓여줘서 미안해했다. 아빠는 남자 친구 없어서 생일선물도 못 받고 어쩌냐고 했다. 미역국과 남자 친구의 선물 같은 것들은 없어도 괜찮다. 낳고 키워주셔서 감사한 마음뿐이다.
내가 태어나던 날 엄마는 엄청 고생하다가 결국 제왕 절개 수술을 받았다. 아빠는 병원비를 내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다. 이런 형편에서 자식 셋을 키우기 위해 평생을 고생했다. 이제 먹고살만해졌고 자식들도 다 제 밥벌이를 하고 있음에도 부모님은 쉬지 않고 계속 일한다. 엄마는 '놀면 뭐하니'라는 생각으로, 아빠는 존재 자체를 알 수 없는 미래의 손주를 위해 주말에도 바쁘다.
간편한 포장음식으로 저녁을 먹으면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괜히 쑥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