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어제저녁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지난겨울 얼음판에 차가 속수무책으로 미끄러졌던 일이 생각났다. 어떻게 출근하나 걱정이 앞섰다. 새 차 적응도 아직 안됐는데 불안감에 잠이 다 달아났다. 밖에는 함박눈을 헤치고 쿠팡 아저씨가 홀로 배달하고 있었다.
운전하면서 스트레스받는 것보다 몸이 힘든 게 낫다. 버스로 출근할 결심을 했다. 털모자까지 쓰고 집을 나섰다. 이른 시간 경비 아저씨와 동네 소방관 분들이 나와 눈을 치우고 있었다. 덕분에 정류장까지 안전하게 걸어갈 수 있었다.
눈이 오면 중학교 입학식 날이 생각난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도로에 차들이 하나도 다니지 않았다. 지금까지 내 평생에 눈이 가장 많이 온 겨울이었다. 춥고, 눈길에 발이 푹푹 빠지는데도 지금처럼 두렵기보다 신이 났었다.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오늘도 눈이 참 많이 왔다.
회사에 도착하니 문 앞에서 동료가 눈을 쓸고 있었다. 1시간 40여분 만에 회사에 도착했다. 비록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오늘 제일 잘한 일은 '버스를 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