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중일기]
오랜만에 카본화를 꺼내보았다.
2024년 동아마라톤 대회 이후, 다시 손에 쥔 애착 러닝화.
브랜드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17kg이 증가한 내 몸으로,
그 신발을 다시 신었다는 사실이다.
지면의 충격을 흡수해주는 맥스 쿠션화에 익숙해진 발은
오랜만의 카본화 착용에 낯설어했다.
그런데도 ‘폐가 터질 것처럼 달리고 싶은 날’이라는 게 있지 않나.
그날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다음 날엔 북한산 16성문 종주.
예고된 비에, 몰아치는 바람.
한 달 만의 산행은 내 몸에 무리였다.
골반과 허벅지의 감각이 사라지고,
절뚝이며 출퇴근을 했다.
병원에서는 “크게 이상 없다”고 했지만,
나는 안다.
내 몸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걸.
사람들이 묻는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해?”
나는 대답하지 못한다.
운동이 단순히 ‘좋아서’ 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어쩌면 이건, 과거의 나에게 주는 벌은 아니었을까?
술을 끊고, 담배를 끊고,
통제되지 않는 식욕과 싸우고,
운동으로 자신을 몰아붙이는 나는,
어쩌면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트레이너가 되지 못한 나,
꾸준히 운동을 지속하지 못한 나,
체중이 다시 늘어난 나,
회사에서 지쳐 있는 나,
무기력에 갇혀 글도, 영상도, 독서도 멈춘 나.
그 모든 ‘미완성’의 나를 나는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소망이 있다면 그것은
로또 1등 당첨이 아니라,
**‘나를 용서하는 일’**이다.
실수 많고 서툴렀던 지난날의 나를.
그저 살아 있는 것만으로 감사해할 줄 아는
건강한 어른으로 살아가기를.
지금 이 글을 읽는 나, 그리고 너.
모두 그럴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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