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 Free, ka!
가끔 정말 졸려울 때
버스나 기차, 혹은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고 계속 이대로 이동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럴때마다 야속한 이동수단은 내 마음도 몰라주고 금새 도착하고 만다...
어느덧 버스는 국경에 도착해버렸고,
모두들 버스에서 내려 남아공 출국 수속을 하고 다시 조금 걸어가서 보츠와나 입국 수속을 하고 버스에 올라타라고 했다.
한반도에 사는 나는 육로로 국경을 넘는 걸 매우 좋아하지만,
그리고 평소엔 버스가 나를 두고 떠나버릴까봐 웬만하면 서둘러서 수속을 하려고 달려나가지만
이번엔 내가 지켜야 할 학생이 있었다.
느릿느릿 일어나 느릿느릿 걸어서 남아공 출국 수속을 하러 갔는데
평소엔 느려 터져서 한참씩 기다리고 매번 새치기도 당하는데 오늘따라 왜 이리 간단한지..
플랜 A B C D는 무슨...
진짜로 그 학생을 도와주고 싶었다면 나야말로 버스에서 내 짐을 빼서 함께 기다렸어야 했지만
비겁한 나는 결국 내발로 줄을 서 출국 수속을 마치고 말았고,
이제 보츠와나로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그 학생을 두리번 거리며 찾고 있었다.
그때 학생을 찾았는데 갑자기 버스 안내원 언니가 오더니 아예 학생 짐을 빼라고 한다.
나 짐 꺼내서 저쪽으로 나오래...
그녀를 바라보며 다시금 걱정이 몰려왔지만,
간사하게도 내가 보츠와나 입국 수속을 하지 않으면 버스가 날 기다리지 않고 그냥 떠나버릴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안타깝게 학생을 쳐다보면서 아직 가족이 오지 않았냐고 묻자 그녀는 아직 소식이 없다고 한다.
...못난 나는, 가진돈이 별로 없다는 핑계로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하기 위해 고작 500랜드를 내밀 수 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하룻밤 있어야 한다면 이걸로 지내, 라고 미안한 마음으로 내미는 돈을 고맙게도 받아 주었다.
고맙다며 말하는 그의 한마디는 "I'm okay!"
마음에 돌덩이가 내려 앉는 기분이었다.
마음은 천근만근 이었지만 간사한 내 다리는 버스를 놓칠까 두려워 보츠와나를 향해 걷고 있었다.
그렇게 입국심사를 마치고 버스에 탔는데 안내원 언니가 한참을 오지 않았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넓은 대륙만큼 마음도 넓고 여유롭다. 아무도 불평하지 않고 한참을 기다리다가 마침내 기사님과 안내원 언니가 버스에 오르자 내 주변에 여자들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묻기 시작했다.
그 아이 어떻게 되었어? 누가 나왔대? 걔 누가 데려갔어?
안내원 언니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응! 누가 나오긴 나왔어! 그래서 보호자에게 인수하고 나는 버스로 올라온건데, 휴우! 나 진짜 아무도 안오면 걔를 어떻게 해야 했는지...
와, 다행이다. 누가 나오긴 나왔구나. 적어도 혼자 국경에서 밤 샐 걱정은 없겠다.
마음이 조금 놓였지만, 한편으론 또 걱정이 되었다.
보츠와나 입국해서 학대 당하거나 팔려가는건 아니겠지? 학교는 다닐 수 있으려나?
부디, 못난 나의 괜한 걱정이길.
버스가 출발하면서 내 주변 승객들이 떠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되었다.
내가 남학생이라고 생각했던 그 아이가 사실은 여학생이었다고.
톰보이 같은 외모만 보고 모두들 남학생이라 생각했는데, 실은 여학생이었다고 한다.
"맙소사! 난 걔가 남자앤줄 알았잖아!!! 어머나 어머나!!" 처음에 버스탈때부터 예쁘다고 생각했던 여인이 호들갑을 떨기 시작하니까, 그녀가 못생겨보였다.
그게 뭣이 중한가..그녀의 앞날이 밝게 빛나기를.
휴대폰 번호라도 물어볼걸, 싶다가도.
그래, 알아서 뭐해. 내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것도 하나 없으면서..
그때, 돈을 조금이라도 더 주었다면 지금 마음이 조금 더 편했을까?